외국인투자 안보심사기준 강화해야

2026-01-14 13:00:02 게재

한국경제인협회 보고서 … 기술유출 피해 5년간 110건에 23조원 달해

핵심기술 유출 방지를 위해 외국인투자(FDI) 안보심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는 14일 ‘외국인투자 안보심사제도 개선 방안 검토’ 보고서를 통해 외국인 투자 안보심사 제도개선 과제를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여간(2020년~2025년 6월) 한국의 해외 유출 산업기술은 110건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한국 경제의 기반인 국가 핵심기술은 33건(30%)에 달했다. 이로 인한 산업계의 피해 규모는 약 23조27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기술유출 방식도 과거 단순 인력 스카우트 중심에서 벗어나 합작법인(JV), 소수지분 투자, 해외 연구개발(R&D) 센터 설립 등 투자 구조를 활용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보고서는 외국인 투자가 기술·데이터·핵심 인프라 확보의 주요 통로로 떠오르면서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국은 투자 단계에서 안보 검증을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요국별로 보면 우선 미국은 2018년 제정한 외국인 투자심사 현대화법(FIRRMA)을 통해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가 인수합병(M&A)은 물론 핵심기술·시설 및 민감정보 관련 기업의 소수 지분 확보, 군사·핵심 인프라 인근 부동산 취득까지 외국인 투자 심사 대상에 포함했다.

EU는 2023년 ‘경제 안보 전략’에서 외국인 투자 안보 심사를 핵심 정책 수단으로 채택했다. 이듬해 ‘외국인투자심사 규정’에서는 공장이나 사업장을 직접 짓는 ‘그린필드’와 간접투자를 포함해 전략산업 심사 대상 확대, 27개 회원국 제도 도입 의무화 등을 추진했다.

일본은 지난해부터 악의적 사이버 활동, 민감 정보 접근, 제3국 우회투자 가능성이 있는 투자자를 ‘특정 외국인 투자자’로 분류하고 별도 규제하고 있다. 나아가 미국 CFIUS 모델을 참고해 안보 중심의 심사기구 도입을 검토 중이다.

보고서는 “최근 미국이 동맹·파트너국과 협의에서 외국인투자심사 강화 공조를 공식 의제로 포함하면서 이 흐름은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며 “투자안보 체계가 미흡한 국가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소외되거나, 기술유출·우회투자 경로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 심사 지분요건(외국인 지분 50% 이상 취득), 심사 대상(그린필드 투자 등 제외) 등 외국인 투자 안보 심사제도의 적용 범위가 주요국에 비해 좁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전략산업에 대한 안전망 구축을 위해 심사 대상 확대, 경영권 취득 기준 하향, 그린필드 투자 규율 등 4대 정책과제를 제안했다.

심사 대상은 데이터·핵심 인프라·공급망·광물·디지털 기반 등 국가 경제 안보와 직결되는 분야로 확대하고, 현행 안보 심사 대상 기준인 지분율 50%를 낮추거나 경영권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를 심사 대상에 포함하도록 제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잠재적 안보 영향을 고려해 그린필드 투자에 대한 안보 심사 적용을 검토하고, 간접 지배 형태의 투자 역시 외국인 투자 안보 심의 범위에 포함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고성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