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거버넌스의 실천, 지속가능 생태계 위한 열쇠

2026-01-14 13:00:09 게재

인공지능(AI)이 기술적 도구를 넘어 사회구조와 인간관계의 본질을 재편하는 대전환의 시대다.

새해의 희망 대신 거리는 투쟁의 구호로 소란스럽고 시민의 삶은 공허하다. 갈등을 조정해야 할 정치는 오히려 갈등을 생산하고, 행정은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본연의 기능을 잃었다. 대한민국은 탄핵정국의 헌정사적 격랑과 지방선거라는 거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사회 곳곳의 갈등을 조정하는 정치와 행정의 회복이 절실하다.

행정은 공공정책을 실행하는 국가활동이다. 정치는 그 과정의 갈등을 민주적 절차로 합의하는 행위다. 본래 이 둘은 분리될 수 없다. 그러나 지난 시기의 행정은 국민을 위한 역할보다 정치권력의 정책을 무비판적으로 하달하는 도구로 전락했다. 이제 달리는 열차를 멈추고 스스로 물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근본은 어디에 있는가. 공동체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진정한 민주주의와 정치는 무엇인가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네트워크를 형성해 문제를 해결하는 ‘거버넌스’가 그 해답이다. 대한민국이 위기마다 집단지성으로 도약했 듯 공공·민간·시민사회·학계의 수평적 참여가 실천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

공동체의 난제를 해결하려면 투명한 행정과 정지의 조화가 필수적이며 이를 뒷받침할 거버넌스 중심의 행정 역량이 필요하다. 현장에서 갈등을 조율하고 공공가치를 창출해본 경험자만이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미 지방자치단체 민선 8기를 거치며 민·관·정 거버넌스를 실천한 소중한 사례들이 존재한다. 고령화와 고용불안으로 소멸위기에 처했던 지역조직을 사회연대조직으로 전환하거나, 햇빛 숲 바다 등 공공재를 활용해 지역 일자리와 주민소득을 증진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양극화와 기후위기 등 구조적 난제를 수평적 네트워크로 해결했다. 다중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민주적 의사결정이 이룬 성과다.

이들은 정치적 구호 대신 공동체의 이익에 집중했다. 공청회와 간담회에서 주민을 설득하며 신뢰를 쌓았고, 투명한 운영으로 정당성을 확보했다. 지역문제를 민주적으로 해결하는 과정 자체가 이미 고차원적인 ‘정치’의 실천이었다. 진정한 정치는 행정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사람을 귀히 여기고 깨어진 신뢰를 회복하는 행정적 성과에서 피어난다.

거버넌스는 공동체의 필요를 묵묵히 담아내는 ‘비어 있는 그릇’이다. 이 그릇에는 상호신뢰 자율성 공동책임이라는 무형의 자산이 채워진다. 정치적 사익과 야욕으로 가득 찬 그릇이 아니다.

시민의 목소리를 담아 행정 거버넌스를 실천한 이들이야말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 적임자다. 다가올 지방선거는 이러한 ‘현장의 리더십’을 발굴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 거버넌스적 접근이 상식이 될 때 우리 사회는 비로소 지속가능한 생태계로 발전할 것이다.

김병우 호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