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구글 지도반출과 중국 지도노출이 남긴 경고

2026-06-02 13:00:03 게재

지난달 한국을 찾은 구글 지식정보사업 부문 정책총괄 부사장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전 세계 20억명의 구글지도 사용자가 한국 소상공인과 만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한국 소상공인과 스타트업이 구글이라는 글로벌플랫폼을 통해 세계로 나가도록 돕는 것이 자신들의 임무라고도 했다.

그러나 먼저 분명히 해야 한다. 매장이 외국인 관광객에게 노출되는 일과, 국가가 수십년간 막대한 예산과 행정력을 들여 구축한 1:5000 고정밀공간정보를 해외플랫폼에 넘기는 일은 같은 문제가 아니다. 1:5000 국가기본도는 단순히 정밀한 그림이 아니라 도로와 건물, 지형과 시설물이 좌표로 결합된 국가 인프라의 디지털 골격이다.

플랫폼경제에서 무료 노출은 늘 조심해야 한다. 처음에는 무료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노출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조건이 된다. 배달앱시장에서 이미 보았다. 입지는 더 이상 골목이 아니라 알고리즘이 결정한다. 구글지도가 한국 골목상권의 운영체계가 되는 순간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

20억명 노출이라는 문장도 다시 읽어야 한다. 노출되는 것은 가게 이름만이 아니다. 위치와 영업시간, 메뉴와 가격, 방문기록과 검색패턴, 길찾기 동선이 함께 플랫폼 안으로 들어간다. 한국 골목데이터가 글로벌플랫폼의 알고리즘이 되는 것이다. 구글은 한국 지자체와 협력, 단계적 서비스 출시, 특화된 킬러 앱 계획도 언급했다.

플랫폼경제에서는 무료 노출 경계해야

단계적이라는 말 속에는 플랫폼 진입의 그림이 들어 있다. 한국에서 출발한 데이터가 해외플랫폼을 거쳐 다시 한국 가게와 한국 도시의 운명을 결정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알리바바의 고덕지도를 비롯한 중국 주요지도 서비스에 청와대, 대통령 관저, 국정원, 국방부, 연평부대, 제주 해군기지, 주한미군기지 등이 가림처리 없이 노출되어 있다고 한다. 정부는 그 배경으로 전 세계 이용자가 참여해 만들고 수정하는 개방형 지도 데이터베이스인 오픈스트리트맵(OSM) 기반 데이터 활용을 지목했다. OSM은 위키백과처럼 자원자들이 함께 구축해 온 글로벌 지도데이터 생태계다.

구글 지도반출 문제와 중국 지도노출 문제는 표면적으로 다르다. 그러나 두 사례가 가리키는 결론은 같다. 좌표 데이터는 한번 글로벌 생태계에 들어가면 되돌리기 어렵다. 가림처리 약속도, 사후 수정요청도, 상대 플랫폼의 정책과 기술구조 앞에서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지도 데이터는 회수한다고 끝나는 자산이 아니라 복제되고, 결합되고, 학습되고, 다시 서비스로 돌아오는 디지털 자산이다.

진짜로 소상공인을 위하고 한국의 지도주권을 지키려면 순서를 바꿔야 한다. 한국 소상공인 데이터에 대한 권리, 알고리즘 결정에 대한 설명 요구권, 광고비 부담의 합리적 한도, 허위 리뷰와 가짜업체 등록에 대한 구제절차, 한국 법원의 분쟁관할권 보장이 먼저 논의되어야 한다. 동시에 이미 외부 플랫폼에 노출된 정보 점검과 수정, 재노출 방지 등에 대한 국가차원의 대응체계도 마련해야 한다.

지도주권 없는 노출 또 다른 종속의 시작

지도는 AI가 도시를 이해하는 좌표계이고, 골목상권의 운영체계이며, 국가안보의 한 축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통제 가능한 개방, 설명 가능한 알고리즘, 재노출을 막을 수 있는 권리, 그리고 한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지도전략이다. 지도주권 없는 노출은 혜택이 아니다. 그것은 또 다른 종속의 시작이다.

김인현

한국공간정보통신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