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중간선거를 대하는 트럼프의 선택
중동전쟁은 미국 대통령에게 언제나 위험한 정치도박이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는 더 그렇다. 이란전쟁이 길어지면 유가는 오르고, 물가는 다시 꿈틀거리며, 국채금리와 금융시장은 불안해진다. 유권자는 외교전략의 정교함보다 주유소 가격과 장바구니 물가를 먼저 본다. 집권당에 불리한 공식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 공식이 작동하는 핵심 통로다. 전세계 하루 석유 소비량의 약 20%가 이 좁은 길목을 지난다. 이란전쟁이 해상수송 불안으로 번지면 유가는 흔들리고, 물가와 금리, 금융시장도 압박을 받는다. 그 순간 전쟁은 외교뉴스가 아니라 중간선거의 경제변수가 된다.
그렇다면 선거공학의 답은 분명하다. 대통령은 위험을 줄여야 한다. 전쟁 확전을 피하고, 주거비와 식료품값, 휘발유 가격처럼 유권자들이 체감하는 부담을 낮추는 데 집중해야 한다. 중간선거를 앞둔 집권당이라면 중도로 움직이고, 접전지에서는 가장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밀어야 한다. 그것이 익숙한 경제논리이자 선거논리다.
하원 선거구 지도 공화당에 유리하게 재획정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행보는 이 상식과 어긋나 보인다. 그는 이란 문제에서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미국인들의 가계 부담을 묻는 질문에는 이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했다. 진심이든 과장이든 선거를 앞둔 대통령의 발언으로는 위험하다. 뉴욕타임스 정치평론가 에즈라 클라인은 최근 오피니언 대담에서 이 장면을 민주당 광고 제작자들에게는 선물 같은 장면이라고 지적했다. 생활비보다 강경 안보의제를 앞세우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2024년 대선에서 물가 불만을 강력한 무기로 삼았다는 점을 떠올리면 더 역설적이다. 자신이 공격했던 인플레이션의 정치가 이번에는 자신을 향할 수 있다. 전쟁이 길어지고 유가가 오르면 민주당은 “트럼프가 다시 물가를 흔들었다”고 공격할 것이다. 선거만 생각한다면 피해야 할 위험이다. 물론 트럼프가 중간선거에서 지고 싶어 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어떤 대통령도 의회를 잃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공화당이 하원과 상원을 지키면 트럼프의 국정운영은 훨씬 쉬워진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하원 선거구 지도를 공화당에 유리하게 다시 그리는 움직임도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는 패배를 원한다”는 주장은 지나친 단정일 수 있다. 더 정확한 질문은 따로 있다. 트럼프는 중간선거 승리를 위해 자신의 공화당 장악력을 내려놓을 생각이 있는가.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면 답은 회의적이다. 그는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앞세워 의석을 지키는 방식보다 자신에게 충분히 충성하지 않는 공화당 인사들에게 정치적 대가를 치르게 하는 방식에 더 익숙하다.
일부 지역에서는 논란 많은 친트럼프 후보를 밀어 공화당이 쉽게 지킬 의석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자신에게 반기를 든 공화당 인사들에게는 공개적 응징도 가했다. 결국 트럼프에게 중요한 것은 공화당의 승리 자체가 아니라 자신에게 복종하는 공화당의 승리다.
경제논리로 보면 트럼프의 선택은 위험하다. 그러나 권력논리로 보면 일관적이다. 트럼프에게 공화당은 단순한 여당이 아니다. 자신의 권력기반이자 방패막이며, 퇴임 이후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통로다.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 트럼프는 싸울 적을 얻는다. 수사와 청문회, 예산 충돌을 다시 “마녀사냥”과 “정치 보복”의 서사로 바꿀 수 있다. 트럼프 정치가 가장 익숙한 무대는 조용한 통치보다 적과의 충돌이다.
자신에게 복종하는 공화당의 승리 원하나
반대로 공화당이 다수당을 유지하더라도 그 안에 독립적 의원들이 늘어나면 트럼프에게는 더 큰 위협이 된다. 그들은 이란전쟁, 관세, 사법 리스크에서 백악관과 거리를 둘 수 있다. 필요하면 조사에 협조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2028년 이후 트럼프가 공화당의 킹메이커로 남는 데 장애물이 될 수 있다. 트럼프가 두려워하는 것은 민주당의 공격보다 공화당 내부의 자율성 회복일 수 있다.
결국 “트럼프는 중간선거에서 지고 싶은 걸까”라는 질문의 답은 아마 “아니다”일 것이다. 그는 중간선거 승리를 원하지만, 그 승리를 위해 자신의 당 장악력을 약화시킬 생각은 없어 보인다. 트럼프에게 패배보다 더 위험한 것은 배신이다. 민주당은 적이지만 독립적 공화당은 위협이다. 이란전쟁과 중간선거를 둘러싼 트럼프의 선택은 이 지점에서 다시 읽힌다.
김상범 국제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