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빚으로 자본확충’ 못한다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 50% 적용키로
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 발행 줄어들듯
그동안 빌린 돈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해 온 보험사들의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정부가 보험사의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 기준을 내놓으면서 질좋은 자본을 확충할 필요가 커졌다.
금융위원회는 보험사의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 (K-ICS)을 도입한다고 13일 밝혔다.
지급여력비율은 사고 발생시 고객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해야 할 보험사들의 준비 정도를 따질 때 쓰는 지표다. 가용자본(지급여력비용)에서 보험금 지급에 필요한 지급여력기준금액(요구자본)을 나눠 산출한다. 정부는 130% 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애초 금융당국은 150% 이상을 요구했지만 보험사들이 이를 만족하기 위해 후순위채 등을 과도하게 발행했다. 문제가 커지나 정부는 지급여력비율을 일시적으로 낮췄다.
다만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 기준을 내걸었다. 가용자본 중 후순위채 등 보완자본을 제외하고 자본과 이익잉여금만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수치다. 내년부터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은 50%를 넘겨야 한다. 그동안 적지 않은 보험사들이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 등 빌린 돈으로 정부 요구를 맞춰왔는데 이제는 재무구조를 크게 개선해야 한다.
◆손보사 100% 미만 대부분 = 2025년 3분기를 기준으로 생명보험사 중에서 지급여력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NH농협생명으로 431.8%였다. 그러나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만 보면 178.4%로 뚝 떨어진다.
IM라이프의 경우 지급여력비율은 203.2%였지만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은 –5.2%로 뚝 떨어진다. 한화생명도 지급여력비율은 158.2%로 양호하지만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을 적용하면 57.0%로 낮아진다.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이 높은 보험사로는 NH농협생명 외에 BNP파리바카디프생명(302.1%) 라이나생명(258.6%) 메트라이프생명(199.2%) AIA생명(184.5%) KB라이프(167.3%) 삼성생명(148.1%) 미래에셋생명(122.5%) 교보생명(121.7%) 등으로 나타났다. 50% 미만으로는 KDB생명 IM라이프 등이 있다.
손해보험사 중에서는 지난해 증자한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이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은 566.7%로 가장 높았다. 절대규모는 작지만 내실을 다치고 있다는 평가다. 디지털손보사를 제외하고는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 100%를 상회하는 곳으로는 삼성화재(172.7%), 악사손해보험(122.2%)에 불과했다. 흥국화재(42.1%) 하나손해보험(9.4%) 롯데손해보험(-16.8%)은 50% 조건을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익 늘리거나 증자해야 = 내년부터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이 50%에 미달하면 보험사는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된다. 물론 단기간에 이를 해결할 수 없다. 금융위는 2035년말까지 유예하고 2년 연속 50% 기준에 미달할 경우에는 적기시정조치를 부과토록 했다. 현재 50% 미만인 회사는 늘려야하고, 50%를 넘겼더라도 안정적인 100% 수준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
KDB생명 하나손해보험은 산업은행이나 하나금융지주의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크지만 흥국화재와 IM라이프 등은 구체적인 방안이 알려진 게 없다. 특히 적기시정조치를 받은 롯데손해보험은 이를 해소하기가 쉽지 않다.
최선은 증자다.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확충을 해야 한다. 다만 기존 주중의 반발이나 시장의 자금 사정 등을 고려해야 한다. 아니면 수익성 좋은 상품 판매를 늘리거나 자산운용을 통해 이익을 늘린 후 이익잉여금으로 자본을 불리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보험사 경쟁이 심화된 상태이고, 예비수요는 줄고 있다. 시장 구조가 보험사에 불리한 상황에서 자산운용 수익률도 높지 않다.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수익률이 낮거나 위험도가 높은 자산을 줄이는 등 체질개선을 통한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 확대를 꼽는 곳이 많다.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 등의 발행은 당장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만기가 돌아오더라도 그 규모는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50% 미만을 호소했지만 정부가 한발도 물러서지 않아 당혹스럽다”며 “지급여력비율 150% 기준 당시 후순위채 등 질낮은 자본이 과도하게 유입됐던 사례처럼 부작용 방지를 위한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