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성적격차
지역 따라 달라지는 대입 전략, 수시도 수능이 관건
서울 1~2등급 비율 13.5%, 읍면 지역 3.7% … 변동성 커지는 수능, 최저 기준 여유 있게 대비해야
수시와 정시는 결이 다르다. 학생부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을 중심으로 한 수시는 같은 학교 비슷한 교육 환경에 놓인 학생 간의 경쟁이라면 정시는 전국 단위에서 실력을 겨루는 구조다. 이 때문에 지역과 학교에 따라 수시·정시 진학 비율도 차이 난다. 수시에 주력하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수시와 정시 비중이 비슷한 곳, 정시에 주력하는 곳 등 다양하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도 교육특구에 속한 고교나 자사고 등은 정시 중심의 진학 경향이 강하지만 그 외엔 수시 진학 비율이 월등히 높다. 지방과 학생 수가 적은 소도시에서는 수시에 집중하는 흐름이 더욱 뚜렷하다. 지역과 학교 여건에 따라 수시·정시 비율이 다르고 이에 따라 대입 전략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다. 2025학년 수능 성적 분석 결과를 보면 대도시와 중소도시 읍면 지역 간 성적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지역별 대입 지원 구조를 들여다보며 재학생들의 수능 전략을 짚어봤다.
“비수도권 내에서도 학교가 소재하는 위치에 따라 상황이 다르다.”
조국희 부산 부경고 교사의 설명이다. 대학 입시에서 수시와 정시의 비중은 지역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전국 대학을 기준으로 보면 수시 모집 비율은 약 80% 내외 정시는 약 20% 수준이다. 그러나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으로 나눠보면 수시와 정시 비율의 차이는 분명해진다.
◆지역별 수능 성적 격차 뚜렷 = 2026학년 4년제 대학 기준 수시 모집 인원은 27만5864명으로 79.9%였다. 이 중 수도권 대학의 선발 인원은 8만7453명으로 31.70%였고 비수도권 대학의 선발 인원은 18만8411명으로 68.30%였다. 정시 전체 모집 인원은 6만9330명으로 이 중 수도권 대학에서 4만6325명인 66.82%를 선발하고 비수도권 대학에서 2만3005명인 33.18%를 선발한다.
권역별로 살펴보면 수도권 대학의 선발 인원인 13만3778명 중 8만7453명인 65.4%를 수시로, 4만6325명인 34.6%를 정시로 선발한다. 선호도가 높은 서울 소재 주요 대학과 일부 상위권 대학으로 범주를 좁히면 정시 선발 비중은 40%에 육박한다.
반면 비수도권에서는 전체 선발 인원인 21만1416명 중 18만8411명인 89.1%를 수시로, 2만3005명인 10.9%를 정시로 선발한다. 비수도권 대학은 학생부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을 중심으로 선발하며 정시 선발 규모는 매우 제한적이다.
조 교사는 “예를 들어 부산 서구는 수시 위주지만 해운대가 속한 동구 지역은 정시를 준비하는 비율이 꽤 높다”며 “서구의 A고는 수시와 정시 비율이 95대5 정도로 큰 차이가 있지만 동구의 B고는 수시와 정시 비율이 30대70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거주하는 지역의 경제수준 교육환경 교육열 등과 무관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지역별 입시 전략이 달라지는 배경에는 수능 성적 분포의 차이가 자리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2025학년 수능 성적 분석 결과를 보면 국어 표준점수 평균은 96.5점이었다. 대도시는 98.6점 중소도시는 95.5점 읍면 지역은 92.9점이었다. 수학도 비슷하다. 수학 전체 표준점수 평균은 96.8점인데 대도시는 98.8점 중소도시는 95.8점 읍면 지역은 93.6점으로 나타났다.
12등급 비율도 대도시보다 중소도시와 읍면 지역이 낮은 수치를 보였다. 서울의 경우 1등급 13.0% 2등급 13.5%였고 경기는 1등급 9.1% 2등급 8.2%였다. 반면 강원은 1등급 4.9% 2등급 3.7%에 그쳤다. 부산은 1등급 7.5% 2등급 6.7%였다. 8~9등급 비율은 읍면 지역이 가장 높았다.
◆최저 기준 높은 대학 정시 이월 증가 = 이러한 성적 분포의 격차는 수시·정시 전략의 차이로 이어진다. 수능 고득점자가 다수 포진한 대도시에선 정시를 통한 상위권 대학 진학을 주로 고려하는 반면 읍면 지역 학생은 정시 도전을 결심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따라서 지방 학생일수록 한 번의 수능 결과에 의존하기보다 학생부 교과 성적과 비교과 활동을 중심으로 한 수시전형에 전략적으로 집중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개인의 선택이라기보다 구조적 환경의 차이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2026 수시에서 전국 39개 의과대학 가운데 11개 대학에서 50명의 미충원 인원이 발생했다. 의대 모집 정원이 축소됐음에도 수시 미충원 인원이 적지 않았다. 서울권은 연세대와 고려대에서 각 1명, 지방권은 9개 대학에서 48명의 미충원 인원이 발생했다. 수시 미충원 규모는 의대 모집 정원 확대 전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수준이다. 의전원에서 학부 체제로의 전환이 완료된 2023학년엔 9개 대학 13명 2024학년엔 14개 대학 33명이 미충원됐다. 고려대도 예년과 달리 정시 이월 인원이 크게 늘었다. 2025학년에 인문 19명 자연 78명이 이월됐는데 2026학년에는 인문 28명 자연 139명이 이월됐다.
허 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고려대나 의학약 계열의 경우 최저 기준이 높게 설정됐다”며 “고려대 학업우수는 4개 영역 등급 합8 이내, 의학계열도 3합 4 또는 4합 5를 반영하면서 수시에서 충원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진수환 강원 강릉명륜고 교사는 “이번 수능이 어려웠지만 수능 응시자 증가로 등급별 인원도 예년보다 증가해 최저 기준 충족에 큰 영향을 주진 않았다”며 “다만 최저 기준을 높게 설정한 의학계열이나 일부 대학에서는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의학·교육계열 지역인재 선발 비중도 확대되고 있다. 2026학년 기준 비수도권 의대의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율은 평균 60%를 넘어섰으며 일부 대학은 지역인재 비율이 70%를 웃돌기도 했다. 실제 호남권 의대는 2026 대입에서 지역인재 비율이 71.5%였다. 교대도 상황은 비슷하다. 교대는 설립 목적상 지역 교원 양성을 중시해 오래전부터 지역인재전형의 비중이 높았다. 2027학년 수도권 대학의 지역균형선발 모집 인원은 2026학년 대비 786명이 증가한 1만3872명이다. 지역인재전형의 모집 인원도 2027학년에는 952명이 더 증가한다.
◆수시 주력해도 수능 대비 필수 = 기존까지 ‘내신은 수시, 수능은 정시’라는 이분법적 공식이 통했다면 이제는 어느 전형을 선택하든 학생부와 수능을 모두 챙기는 것이 중요해졌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학생부교과전형의 정성 평가 확대다. 단순히 내신 등급 수치로만 선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부에 기록된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과 과목 이수 현황을 평가 요소로 도입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주요 대학뿐 아니라 지역 거점 국립대도 교과전형에서 최저 기준을 요구하고 있어 수시에 집중하는 전략을 세운다해도 수능 준비를 병행해야 한다. 정시 역시 상위권 대학은 수능 100%보다 복합 평가를 추구한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한양대에 이어 2027학년에는 동국대와 중앙대까지 정시에서 학생부 평가를 도입한다. 동국대는 다군 선발 학과를 중심으로 학생부를 반영하며 중앙대 역시 수능 성적 위주의 선발 방식에 학생부 정성 평가를 추가했다.
박세근 충남 호서고 교사는 “지역 학생의 수시 집중이 점점 심화되는 느낌”이라며 “대다수가 수시로 진학하고 정시 지원자는 한 반에 2~3명 정도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 수도권 대학이나 지역 거점 국립대를 염두에 둔다면 최저 기준 충족을 위해 수능을 준비하지만 지역 사립대 진학을 목표로 한다면 수능은 큰 의미가 없다”고 분석했다.
조 교사는 “최저 기준은 1개 영역만 반영하는 대학부터 2개 영역 3~4개 영역을 반영하는 대학까지 매우 다양하다”며 “수시에 주력하는 학생들은 일부 영역에 집중하는 전략을 세운다”고 말했다. 이어 “최저 기준이 2개 영역이라고 해서 2개 영역만 대비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수능 성적이 모의고사보다 하락할 수 있고 이번 수능 영어처럼 불수능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을 수 있기에 1개 영역을 여유 있게 준비하도록 지도한다”고 조언했다.
부산 부경고를 졸업하고 연세대 경제학과에 합격한 이승민씨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이씨는 연세대 경제학부 추천형, 고려대 경제학과 추천형, 성균관대 글로벌경제학과 추천형, 중앙대 경영경제대학 지역균형 등 4개 대학에 합격했다. 모두 교과전형으로 지원했다.
이씨는 “중간에 진로도 변경했고 교과 성적에 집중했기에 종합전형보다는 교과전형이 유리하다고 생각했다”며 “3학년 초 최저 기준만 충족한다면 교과전형으로 충분히 합격할 수 있을 거라는 진로 선생님의 얘기에 자신감을 얻었다”고 전했다. 최저 기준 충족에 대한 부담이 컸다. 연세대의 경우 국어 수학 중 한 과목을 포함해 2합 4 영어 3등급 이내였고 고려대는 3합 7 성균관대는 3합 6 중앙대는 3합 7이었다. 이씨는 “고2 겨울방학 전까진 수능 공부를 해본 적이 없어서 1년 만에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컸다”며 “고2 9월 모의고사부터 영어는 100점에 가까운 1등급을 받을 만큼 안정적이었지만 다른 과목은 2~3등급을 오락가락했다”고 말했다.
시간적 여유가 없어 인강을 선택했다. 국어와 수학 위주로 공부했다. 사회탐구는 ‘생활과 윤리’ ‘사회·문화’를 선택했다. 두 과목 모두 공부량이 많지는 않아서 개념 강의 정도를 듣고 1학기는 학교 시험과 수능 국어·수학에 집중했다. 고2 겨울방학에는 매일 10시간 목표를 세우고 공부했다. 국어 4시간 수학 4시간 나머지 2시간은 탐구와 영어로 채웠다.
이씨는 “고3 3월 모의고사에서 국어 1등급 수학 3등급 영어 1등급 사회탐구 2등급·3등급을 받았다”며 “수학은 공부량이 많은 데다 원하는 등급을 받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판단해 수학에 매달리기보다는 국어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국어는 매일 기출문제를 풀며 독해력을 키웠고 사회탐구는 고3 여름방학부터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그 결과 최종적으로 각각 1등급을 받았다.
이씨는 후배들에게 “목표 대학의 최저 기준을 고려해 수능에 집중할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과목을 정할 때는 당장의 점수가 아니라 수능까지 꾸준히 공부할 자신이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며 “모의고사 성적으로 수학 대신 국어를 택했지만 사실 고교 3년간 학교 내신에서는 수학 성적이 좋았고 흥미도 컸다”고 말했다.
차염진 기자·민경순 내일교육 리포터 hellela@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