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경영 우수기업
새해 다짐과 함께 나눈 질문, ‘왜 책을 읽는가’
파라다이스, 2025년 문체부 독서경영 우수기관 대상 … ‘외딴방’ 읽으며 세대 공감
파라다이스그룹은 사내 독서모임 ‘파라북클럽’ 등을 통해 직장 내 책 읽는 문화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2025년 12월엔 이같은 기여를 인정받아 독서경영 우수기관에 수여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대상을 받았다. 13일 서울 장충동 파라다이스 본사 직원들은 사내 도서관에서 소설 ‘외딴방’을 읽고 독서모임을 진행했다. 책에 대한 감상과 함께 2026년을 맞이하는 다짐이 이어졌다.
“이번 달 독서모임을 시작하겠습니다. 이 책은 600쪽 정도 되는데 다들 잘 읽으셨나요?” 이날 진행을 맡은 김정준 포트폴리오전략팀 매니저의 말이다. ‘외딴방’은 신경숙 작가의 소설로 1970년대 한국의 산업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공장에서 근무하며 야간 과정인 영등포여고 산업체특별학급에 다니는 주인공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올해 목표는 회사 잘 다니기, 잘 버티기” = 김정준 매니저는 “워낙 유명한 소설이지만 이전에는 완독을 못 해서 이번 기회에 제대로 읽었는데 재미있고 감동적이었다”면서 “요즘 경제적으로 비교적 편안한 삶을 살고 있는데 이 책을 통해 윗세대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간접적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소설을 감상하는 세대 간 차이도 자연스럽게 논의됐다. 엠제트(MZ) 세대에 속하는 서해미 인재육성팀 매니저는 “전혀 모르는 시대라 공감하기 어려워 생경했지만 지금의 환경에 감사함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한경우 인사기획팀 매니저는 “이 시절을 직접 겪진 않았지만 끝자락의 분위기는 기억난다”며 “어머니가 상고 졸업 후 공장에서 일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는데 책 속 장면들과 많이 닮아 있었다”고 말했다.
소설에 대한 논의가 마무리되자 참가자들은 저마다 신년 계획에 대해 말했다. “건강을 챙기고 책을 더 읽겠다” “어학 공부를 다시 시작하겠다”는 다짐이 나왔고 “인공지능(AI)을 다룬 소설이나 생활과 연결된 책을 함께 읽어보자”는 제안도 이어졌다. “기술 설명보다 인공지능이 우리 삶에 주는 시사점을 이야기해보고 싶다”는 말에 참가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웃음 섞인 농담도 빠지지 않았다. “밀가루를 먹지 않기로 했는데 새해 결심이 이미 깨졌다”는 고백이 나왔다. 또한 암벽등반과 운동 계획과 함께 “올해 목표는 회사 잘 다니기, 잘 버티기”라는 말이 공감을 얻었다.
모임의 끝은 ‘왜 책을 읽는가’로 모였다. 김보배 커뮤니케이션팀 매니저는 “영상은 자극적이고 금방 소진되지만 책은 조미료가 덜한 건강식 같다”고 말했다.
서 매니저는 “짧은 영상(숏츠)을 보다 보면 시간이 사라진다”면서 “책에서 공감이 가는 부분을 읽으면 영상보다 더 곱씹게 된다”고 말했다.
◆다른 계열사 이해하는 기회 = 파라다이스의 독서모임 파라북클럽에는 2025년 기준 140여명의 직원들이 함께하고 있다.
파라다이스 본사뿐 아니라 파라다이스 세가사미,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 등 전체 계열사들이 함께 한다. 같은 계열사 소속 직원들끼리만 활동하던 기존 방식에서 확대해 각 계열사 간 교차 참여가 가능하도록 운영해 조직 간 경계를 허문 것이 장점이다. 책을 함께 읽고 소통하며 다른 계열사 직원들의 업무에 대해서도 이해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김보배 매니저는 파라북클럽 활동 이유에 대해 “내면의 깊이가 있고 배울 점이 많은 직원들과 어울리기 위해 독서모임을 시작했다”면서 “평소라면 읽지 않을 책도 동료들과 대화하기 위해 읽게 되며 이 과정이 삶의 지평을 넓혀준다”고 말했다.
파라다이스 본사 파라북클럽의 경우 사내 인터넷망에 각자 활동 내역을 올려 전체 직원이 열람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각 파라북클럽에서 어떤 책을 읽고 어떤 내용을 논의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참가자들은 활동 내역을 다시 한 번 보며 확인할 수 있고 다른 직원들은 간접적으로 책을 읽고 논의하는 과정에 함께할 수 있다. 또한 회사는 이를 근거로 책과 활동에 대한 비용을 지원한다.
서 매니저는 “서로 다른 소속 직원들이 소통함으로써 ‘원 파라다이스(One Paradise)’를 실현하고 조직 문화 관점에서 부서 간 경계를 허문다”면서 “설문 조사를 통해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분야 책 비치된 사내 도서관 = 이 외에도 파라다이스는 독서경영을 위해 △사내 도서관 △북 퍼실리테이터(Book Facilitator) 제도 △파라우체통 △파라독서대전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날 방문한 파라다이스 본사 사내 도서관의 경우 소설에서부터 인문학 경제경영 자기계발서 등 다양한 분야의 1000여권의 책이 비치돼 있었다.
파라다이스가 복합리조트 전문기업인 만큼 관련 전문 및 고가의 서적들을 충실하게 갖췄다. 사내 도서관은 서울 외 인천 부산 제주에서도 운영된다. 별도로 전자도서관도 갖추고 있다.
북 퍼실리테이터 제도는 사내 독서모임을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독서 리더를 양성하는 제도로 총 47명이 수료했다. 이날 모임에서는 김정준 매니저가 북 퍼실리테이터로 모임을 이끌었다.
이 외에 파라우체통을 자신 혹은 동료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과 사연을 전달하는 행사로 책을 매개로 서로의 마음을 나눈다. 파라독서대전은 한해 동안 독서 성과를 결산하고 공유하는 독서 경진대회다. 우수 사례를 공유하고 업무와 연계해 성과로 이어지도록 유도해 학습과 업무가 선순환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