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미한 위반도 오피스텔 계약해지 가능”
분양광고 문구에 시정명령 단순 표기 누락
1·2심, 계약 해지 안돼 … 대법, 파기환송
“중대한 위반 사항에 해당할 필요 없어”
오피스텔 등 아파트가 아닌 분양광고에 단순 누락이나 오기로 시정명령을 받아도 분양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분양계약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경미한 사항으로는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는 게 종전 판례였다. 이번 판결로 시행사나 건설사 등 업계에 비상이 걸릴 전망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말 대구시 남구 A 오피스텔 일부 계약자들이 제기한 ‘분양대금 반환 등 청구의 소송’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대구 남구 A 오피스텔 사업주체는 분양광고에 ‘지구단위계획 구역 및 수립 여부’ 표기를 누락했다. 지자체가 이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는데 일부 계약자들이 약정해제권을 근거로 계약해지 소송을 낸 것이다.
현행 건축물 분양에 관한 법률을 보면 시정명령을 받거나, 벌금형 이상의 형을 선고 받는 경우, 또는 과태료 부과처분을 받는 경우 분양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아울러 분양 계약서에 시정명령 등을 ‘약정해제 사유(약정해제권)’로 포함토록 규정돼 있다. 건축물 분양에 관한 법률은 오피스텔·상가·생활형숙박시설·지식산업센터 등 비 아파트를 규정하는 법률이다.
1·2심은 사업주체의 손을 들어줬다. 1·2심은 “시정명령은 경미한 위반사항에 따른 것으로 분양계약의 해제 조항에 따라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종전 판례를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결은 달랐다. 재판부는 “약정해제권의 발생 요건은 계약에서 정한 내용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며 “시정명령을 받게 된 위반사항이 반드시 중대한 위반사항에 해당할 필요는 없다”고 판시했다. 한마디로 아주 사소한 이유로 시정명령을 받아도 그 자체로 계약자들이 분양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로 비 아파트 시장에서 분양계약 해지를 둘러싼 소송이 급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판결은 약정해제 사유의 해석에 관해 매우 명확하고 엄격한 기준을 제시했다.
우선, 계약에서 해제·해지 사유를 약정한 경우 그 효력은 계약에서 약정한 내용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다음은 계약에 특유한 해제사유를 명시한 경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반적인 채무불이행에 따른 해제와 달리, 특정 사유를 해제 조건으로 명시했다면 이는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가 반영된 것으로 보아 그 문언의 의미를 더욱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다.
마지막으로 약정해제권 행사를 위해 위반사항이 반드시 ‘중대’할 필요는 없다고 본 것이다. 원심처럼 법원이 자의적으로 위반의 경중을 따져 계약 해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약정해제권의 취지를 무시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점이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