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헛 ‘차액가맹금’ 가맹점주에 반환해야
1·2심 “부당이득”…대법원도 인정
피자헛, 가맹점주에 215억원 반환
가맹업계 사업구조·관행 재편 촉각
한국피자헛이 ‘차액가맹금’ 215억원을 가맹점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옴에 따라 국내 가맹사업 수익 구조와 가맹점과의 거래 관행 전반이 달라질지 주목된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15일 가맹점사업자 양 모씨 등 94인이 한국피자헛 유한회사 가맹본부를 상대로 낸 ‘차액가맹금’ 반환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피자헛 차액가맹금 소송은 2020년 가맹점주 94명이 본사를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차액가맹금이란 가맹본부가 점주에게 원·부자재를 공급하면서 도매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납품해 취하는 마진을 뜻한다. 통상 미국에서는 가맹본부가 매출의 7~10% 수준의 로열티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은 로열티가 낮거나 없는 대신 차액가맹금을 주요 수익원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이번 소송은 구조적인 문제를 건드린 사례로 평가 받는다.
가맹점주들은 한국피자헛이 로열티를 받으면서도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차액가맹금을 별도로 수취했다며 이를 부당이득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본사측은 “차액가맹금은 가맹사업법상 허용되는 정상적인 납품 마진”이라며 별도의 사전 합의는 필요 없다고 맞섰다.
1·2심 판단은 모두 가맹점주의 손을 들어줬다. 1심은 본사가 차액가맹금 산정 비율 정보를 공개한 2019~2020년 지급 금액에 대해서만 부당이득으로 인정했으나, 2심은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2016~2018년 차액가맹금에 대해서도 가맹점주측이 계산한 방법을 받아들여 본사의 배상액을 계산했다.
2심은 재판 과정에서 추가로 공개된 차액가맹금 산정 비율이 있는 2021~2022년 지급액 등에 대해서도 추가로 본사가 반환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2016~2022년 7년 동안 본사가 받아간 차액가맹금 상당액 일부를 반환하라는 판단을 내놓은 것이다.
2심인 서울고등법원은 “사전 합의 없는 차액가맹금은 부당이득에 해당한다”며 한국피자헛이 가맹점주들에게 약 215억원을 반환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는 1심에서 인정된 금액(약 75억원)보다 세 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2심 판결 후 한국피자헛은 2024년 11월 자금난을 겪고 있다며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결에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해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가맹본부가 차액가맹금을 수령하는 경우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사이에 그 수령에 관해 구체적인 의사의 합치가 필요하다”며 피자헛의 사례에선 이 같은 합의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가맹점주와 가맹본부 사이에 가맹점주에게 불리한 내용의 묵시적 합의 성립을 인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가맹본부와 점주 사이의 사회·경제적 지위, 가맹계약 체결 경위와 전체적 내용, 충분한 정보 제공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피자헛 본사는 215억여원에 달하는 부당 차액가맹금에 더해 지연손해금을 점주들에게 지급해야 한다.
한국피자헛은 이날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입장문을 통해 “판결을 존중하며 이번 사안의 결과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회사는 회생절차 및 관계 법령, 법원의 감독 아래 판결의 취지와 내용을 성실히 반영하기 위한 후속 조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피자헛 모든 가맹점은 종전과 동일하게 정상 영업을 하고 있다”며 “이번 판결로 인해 가맹점 운영에 혼선이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한 지원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판결의 여파는 피자헛 한 곳에 그치지 않고 프랜차이즈 업계 전체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 가맹본부의 60% 이상이 차액가맹금 중심의 사업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대법원 판결에 따라 공급가격 산정 방식 변경 등 근본적인 수익 구조 조정이 불가피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 계약서 내에 차액가맹금 관련 조항이 미비한 대다수 가맹본부는 거액의 반환 소송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김선일·고병수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