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1년 만에 ‘반쪽’…선택과목 출석만으로 학점

2026-01-16 13:00:04 게재

교원단체 “교사 부담 여전, 시행 수년 미뤄야”

차정인 국교위원장 “실험으로 끝나서는 안돼”

고교학점제가 도입 1년 만에 바뀐다. 출석률과 학업 성취율을 모두 반영하던 학점 이수 기준을 선택과목에선 출석률만 반영하기로 했다. 공통과목은 출석률과 학업 성취율 모두 반영된다.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는 15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국가교육과정 수립·변경안을 심의·의결했다.

이같은 개정안에 따라 고등학교 1학년 때 배우는 국어ㆍ영어ㆍ수학ㆍ사회ㆍ과학 등 공통과목은 출석률 2/3 이상과 학업 성취율 40% 이상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2학년 이후 배우는 심화 과학 등 선택과목은 출석률만 채우면 이수로 인정된다.

국교위 위원 21명 중 19명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 참석 위원 전원이 교육과정 개정안에 찬성했다.

공통과목 이수 기준에 학업 성취율을 포함하는 권고를 두고는 찬성 12명, 반대 6명, 기권 1명으로 의견이 갈렸다.

지난해 고1 학생부터 전면 도입한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적성·진로에 따라 선택과목을 이수한 뒤 192학점을 채우면 졸업할 수 있는 제도다. 그러나 학업성취율 40%를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시행하는 일종의 보충수업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최성보)가 교사들의 반발을 불렀다. 업무부담이 크고 실효성도 없다는 것이다.

이에 교육부는 같은 해 9월 보충 지도 시수를 1학점당 5시수(1시수는 50분 수업)에서 3시수 이상으로 완화한 ‘고교학점제 운영 개선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국교위는 이런 사정을 반영해 최성보를 운영할 때 보충 지도 횟수와 방식은 각 학교 자율로 정하도록 완화하는 내용도 의결했다. 보충 지도를 EBS 온라인 강의 등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했다. 국교위는 최성보에 따라 늘어나는 근무 시간에 따른 교사에 대한 보상 방안도 마련하도록 했다.

이날 개정안은 그동안 논란이 됐던 내용을 ‘봉합’하는 측면이 크다. 교육단체들은 교육 현장의 혼란을 해결하기는 미흡하다는 입장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연맹),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학업성취율을 학점 이수 판단 기준 적용하는 방식 중단 △기초학력 미달 학생 별도 지원 체계 마련 △진로선택·융합선택 과목 절대평가로 시행 등을 요구했다.

국교위 위원인 이보미 교사노조연맹 위원장은 이날 토론에서 고교학점제를 3~5년 정도 유예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김성일 서울교총 회장은 “대학은 F학점 받은 학생들을 제적시킬 수 있지만 고교 교사들은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고도 했다.

반면 김 용 한국교원대 교수는 “전 과목 이수 기준을 출석률로만 정하자는 것은 오랜 문제의식을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차정인 국교위 위원장은 “학업성취율을 삭제할 경우 실질적으로 고교학점제가 한해의 실험으로 끝나버리는 셈”이라며 “제도를 운영하는 국가의 신뢰 문제가 발생한다”고 했다.

이날 회의에 당연직 비상임위원으로 참석한 최은옥 교육부 차관은 “의결된 권고안에 따라 이달 안으로 추가적 개선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차염진 기자 yjcha@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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