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책 | 한번 물면 살점 떨어질 때까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전모를 살피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의 전 과정을 정리한 책 ‘한번 물면 살점 떨어질 때까지’가 출간됐다. 이 책은 이명박·박근혜정부를 거쳐 윤석열 정부에 이르기까지 이어진 문화예술계 검열과 배제의 구조를 시간 순으로 재구성하며 국가 권력이 예술을 통제해 온 실체를 기록한 작업이다.
저자인 김미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백서 발간을 총괄한 인물로 지난 10년 동안 블랙리스트 문제를 집요하게 추적해왔다. 책 제목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무회의 등에서 “불독보다 진돗개처럼 한번 물면 살점 떨어질 때까지”라고 발언했다는 기록에서 따왔다. 문화예술계를 ‘좌편향된 대상’으로 규정하고 바로잡아야 할 영역으로 인식했던 권력의 시선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표현이다.
이 책은 총 10권, 6000쪽이 넘는 방대한 정부 백서의 한계를 보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존 백서가 장르별 사건별 조사보고서의 집합이었다면 ‘한번 물면 살점 떨어질 때까지’는 공연 영화 미술 문학 출판 등 각 분야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시간 순으로 재배열해 블랙리스트 정책이 어떻게 기획되고 실행됐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조사 신청이 이뤄지지 않아 백서에 담기지 못한 사건들도 추가로 수록했다.
특히 이명박정부 시절의 블랙리스트 실행을 명확한 사실로 정리하고 그 정책이 박근혜정부에서 어떻게 계승·확대됐는지를 추적한 점이 이 책의 핵심이다. 저자는 블랙리스트가 특정 정권의 일탈이 아니라 국가 권력이 문화예술을 관리 통제하려는 구조 속에서 반복적으로 재현됐음을 강조한다. 나아가 윤석열정부 들어 나타난 새로운 형태의 문화예술계 검열 양상도 별도로 정리했다.
피해자의 서사를 상세히 다루는 점도 장점이다. 국립극단 팝업씨어터 서울프린지네트워크 등 구체적 사례를 통해 예술가들이 겪은 배제를 상세히 기록하며 피해자의 기억을 역사 속에 남기는 데 의미를 둔다.
저자는 블랙리스트 사태가 한국 검열사에서 중대한 사건임에도 학문적 연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이 책이 후속 연구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