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환경과학 이야기

6천년 동반자 말, 사람의 두려움을 냄새로 안다

2026-01-19 13:00:01 게재

종간 감정 전달 확인

2026년은 말의 해인 병오년이다. 약 6000년 전 가축화가 되면서 말은 인류 문명 발전의 핵심 역할을 했다. 산업혁명 이전에는 이동 속도와 거리를 획기적으로 바꿨으며 농업 생산성에도 영향을 미쳤다. 무역로 확장 등 문화 교육 촉진에도 역할을 했다. 이제는 정서적으로 교감을 나누는 동반자로 변모했으며 최근 그 유대감의 과학적 근거가 밝혀지고 있다.

말이 사람의 두려움 감정을 인지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19일 해외 학술지 ‘플로스 원’의 논문 ‘인간의 감정적 냄새가 말의 행동과 생리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말은 사람이 두려워할 때 나는 냄새를 맡으면 경계하고 피했다. 하지만 사람이 기쁠 때 나는 냄새에 대해서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레아 란사드 프랑스 국립농업식품환경연구소(INRAE) 박사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참가자 30명에게 공포영화와 코미디를 시청하게 한 뒤 겨드랑이 땀을 면 패드로 수집했다. 이렇게 확보한 ‘두려움 냄새’와 ‘기쁨 냄새’, 그리고 대조군으로 사용한 무취 면 패드를 43마리 웰시종 암말(평균 7.9±2.2세)에게 각각 노출시키며 반응을 관찰했다.

실험 결과, 두려움 관련 냄새를 맡은 말들은 대조군에 비해 사람과의 접촉이 60% 감소했다. 새로운 물체에 대한 응시는 32% 증가했다. 우산을 갑자기 펼치는 상황 등처럼 갑작스러운 자극에 대한 놀람 반응도 현저히 강했다. 최대 심박수 역시 유의미하게 상승했다.

논문에서는 “말들이 단순히 냄새를 인지하는 수준을 넘어 인간 공여자의 감정 상태와 유사한 부정적·고각성 상태로 전환됐다”며 “이는 종간 감정 전염(emotional contagion)의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종간 감정 전염은 개나 소 등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이 현상은 사람 감정을 단순히 머리로 아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느낀다는 것이다. 다른 종끼리도 감정을 나눌 수 있다는 의미로 생존에 유리했던 진화적 능력으로 해석된다.

사람 두려움에 반응을 보이는 것과 달리 기쁨 관련 냄새를 맡은 말들은 행동이나 생리 지표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논문에서는 “긍정적 화학신호가 부정적 신호보다 덜 두드러지거나 ‘기쁨’이라는 감정이 종간 신호로 작동하기엔 너무 복잡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두려움 신호가 더 명확하게 작용한 사실은 진화적 관점에서도 설명 가능하다. 위험 회피는 생존에 직결되는 만큼 포식자나 위협 상황을 알리는 화학적 신호는 종을 초월해 보존됐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이번 연구는 웰시종 암말만을 대상으로 했으며 냄새의 화학적 성분 분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6000년 동안 함께 해온 말과 인간의 관계가 단순한 주종 관계를 넘어 감정을 공유하는 동반자 관계로 진화해왔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논문에서는 “말과의 상호작용에서 인간의 감정 상태 관리가 중요하다”며 “이는 동물 복지 향상은 물론 인간의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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