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해 수용자 치료비 “국가, 비용청구 가능”

2026-01-19 13:00:01 게재

대구교도소에서 자해한 후 출소

같은 해 수원구치소 입소 후 치료

대법 “수용상태 동일할 필요 없어”

교도소 수용 기간 중 자해했다가 만기 출소 후 다른 범행으로 수용돼 과거 자해로 인한 치료를 받은 경우 국가는 재소자에게 치료비를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부상과 치료 시점에 동일한 범죄로 같은 교정기관에 수용된 상태가 아니어도 치료비를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달 11일 국가가 A씨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깨고 수원지방법원에 돌려보냈다. A씨는 2012년부터 교도소에 수용돼 있다가 지난 2022년 1월 대구교도소에서 자해했다. 이후 A씨는 같은 해 7월 형기 종료로 출소했다.

A씨는 3개월 후인 같은 해 10월 특수협박죄로 수원구치소에 입소했고, 이듬해 2월까지 자해와 관련해 병원에서 수술 및 통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는 A씨의 치료비로 3535만원을 지출했고, 이에 “불법행위로 소요된 치료비를 대위 변제했으니 치료비 상당액을 지급하라”며 A씨를 상대로 치료비와 계호비 등을 청구하는 구상금 소송을 제기했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형집행법) 37조 5항은 교도소나 구치소 소장은 수용자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부상 등이 발생해 외부 의료시설에서 진료받은 경우 진료비의 전부나 일부를 부담하게 할 수 있다고 정한다.

1·2심은 “형집행법에 따라 국가가 수용자를 상대로 치료비 등을 구상하기 위해선 동일한 교정기관에 수용된 상태 또는 적어도 수용자의 지위가 유지되는 상태에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따른 부상이 발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즉, 자해 후 출소해 수용자의 지위가 없어졌으므로 별개 범죄로 다시 구금된 뒤 이뤄진 치료비는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수용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다쳐 국가가 치료비 배상을 구할 경우 “반드시 동일한 사유로 수용된 상태에서 부상과 치료 행위가 이뤄질 필요까지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2심 판결이 형집행법에 따른 구상권 발생요건 법리 등을 오해했다며 국가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형집행법 제37조 제5항의 해석에 관한 첫 판시로 알려졌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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