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의 역습’에 갇힌 국내 휘발유 가격

2026-01-19 13:00:06 게재

국제유가 12% 급락했는데 휘발유값 3% 인상 … 유가 하락분 고환율이 상쇄

최근 5개월간 국제유가는 12% 하락했는데 국내 휘발유가격은 2.8% 증가하며 소비자들의 체감물가를 압박하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가 공급 과잉 등으로 하락하며 안정세를 보였지만 정작 국내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가격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이어지는 ‘고환율-강달러’ 현상이 국제유가 하락분을 상쇄하기 때문이다.

◆환율 10원 오르면 기름값 5원 뛴다 = 19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제유가(중동산 두바이유 기준)는 2025년 9월 첫째주 평균 배럴당 70.54달러였다. 이후 하락세를 보이며 2026년 1월 59.02달러까지 떨어졌고, 1월 둘째주 62.08달러로 반등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대비 가격은 11.99%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내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 가격(전국 평균)은 2025년 9월 첫째주 리터당 1660.36원에서 12월 첫째주 1746.72원으로 올랐다가 2026년 1월 둘째주 1706.25원으로 떨어졌다. 휘발유가격은 최근 6주 연속 하락했지만 지난해 9월 첫째주 대비 가격은 2.76% 오르며 대조적인 행보를 나타냈다.

국내 주유소 판매가격은 국제 석유제품(휘발유 92RON) 가격에 연동되는데 이는 국제유가와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이처럼 국제유가 하락에도 국내 가격이 뛴 결정적인 원인은 원·달러 환율의 급등에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5년 9월 평균 1392.4원 수준이던 원·달러 환율은 2026년 1월(1~17일 기준) 평균 1458.8원까지 치솟았다.

에너지업계에서는 국내 유가 구조상 원·달러 환율이 10원 상승할 때마다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약 5원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1배럴=159리터를 기준으로 원화 환산 차액을 계산하고, 부가가치세 등을 고려한 산술적 평균값이다.

다만 환율 변동분이 국내 주유소 소매가격에 반영되는 데는 약 2주일 정도 시차가 소요된다.

결국 국제유가 하락이라는 ‘마이너스(-)’ 요인이 환율 폭등이라는 강력한 ‘플러스(+)’ 요인에 가로막히면서 국내 가격이 견고한 지지선을 형성한 셈이다.

◆“고환율 지속되면 1600원 밑으로 안 내려갈 것” =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러한 ‘환율의 역습’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2026년 상반기 내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강력한 보호무역주의와 관세부과 정책은 달러 가치를 지지하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여기에 국내에서는 원화 유동성 확대와 서학개미로 대표되는 해외 투자 급증이 맞물리며 고환율이 새로운 기준인 ‘뉴노멀’로 자리잡는 것 아니냐는 견해가 높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대외협력실장은 “국제유가는 배럴당 50~60달러대에서 안정화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문제는 환율이다. 1450원대 이상의 고환율이 유지되면 국제유가가 내려가도 국내 주유소 가격이 1600원대 밑으로 내려가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올 초 국제유가(브레트유 기준)가 2025년 평균 69.04달러에서 2026년 55.87달러, 2027년 54.02달러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이재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