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공무원 협업, 쓰레기·안전문제 해결

2026-01-19 13:00:33 게재

용산구 한강로동 생활안심 ‘용용랩’

일상에서 체감하는 불안 원인 개선

“어두컴컴한 길이 많았죠. 어르신들도 그렇고 어린 자녀를 둔 집에서는 불안해 했어요. 지금은 아주 환해졌죠.”

서울 용산구 한강로동 주민 고희선(60)씨는 “처음에는 불편한 점을 얘기해달라고 하면 귀찮아하는 주민도 있었다”며 “지금은 더 해달라고들 한다”고 말했다. 이웃 정기흥(70)씨는 “고무신 행정이라고 칭찬해주고 싶다”고 맞장구를 쳤다. 그는 “주민들이 이야기하면 운동화 끈 묶을 새도 없어 고무신을 꿰신고 뛰어나오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19일 용산구에 따르면 구는 한강로동 한강대로21가길 동측 일대에 지역맞춤형 범죄예방 도시환경디자인 조성 사업을 ‘용용랩’을 통해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현장에서 주민과 공무원이 함께 공간을 살피며 문제가 무엇인지 찾고 해법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설문조사나 설명회에서 주민의견을 듣는 기존 방식과는 사뭇 다르다. 박희영 구청장은 “주민들 생각을 듣고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풀어낸 점에서 차이가 있다”며 “주민들이 체감하는 안전 향상에 중점을 두고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박희영 구청장이 한강로동 주민들과 함께 범죄예방 디자인 사업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주택에 입구에 통합 표식과 대문 안전 손잡이가 설치되어 있다. 사진 용산구 제공

한강로동 일대는 좁은 골목을 따라 저층 노후주택이 밀집해 있고 한강대로를 따라 형성된 상업지역이 빠른 속도로 주거지역으로 확장되고 있는 상황이다. 무단투기가 반복되고 무분별한 흡연, 주취자 유입 등 주민들이 느끼는 불편과 불안감이 커지고 있어 민·관·경이 함께하는 실험(리빙랩)으로 해법을 찾기로 했다.

경찰과 전문가 공무원 주민이 대상지에 대한 이해부터 문제점 발견, 해법 찾기까지 함께했다. 결과물은 소소해 보이지만 주민 삶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무단투기 쓰레기가 쌓이던 골목 입구에는 화분을 설치해 환경을 정비했다. 화분 관리는 인근 상인과 주민이 맡기로 했다.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골목에는 가스용기 보관함과 마을 소화기를 설치했고 주취자 무단침입이 반복되는 주택에는 우체통과 도로명주소 표지판을 결합해 주거지임을 알리는 통합 표식을 도입했다. 빗물을 재사용하기 위해 물통을 설치했지만 관리가 미흡해 해충이 발생하던 곳에는 친환경적인 ‘빗물모아 나눔통’을 설치했다. 좁은 골목을 어지럽히는 화분들을 정돈하고 주민들이 쉴 수 있는 의자를 옆에 두어 자연감시 기능을 강화했다.

도로와 맞닿은 주택 출입문에는 안전 손잡이를 더했고 방치된 화단에는 조명이 달린 안전난간을 설치해 어둡고 불안한 골목길도 개선했다. 주민 누구나 쓰레기를 치울 수 있도록 ‘골목 빗자루’를 비치했고 주요 쓰레기 무단투기 구간에는 바닥에 ‘맑은자리’ 표식을 그려 의식 개선을 꾀했다.

고기 기름이나 폐수 등 무단투기 방지를 위한 맞춤형 빗물받이 불법 광고물을 내걸기 어렵게 만든 전신주, 보·차도 혼용구간에서 보행자 안전을 챙기는 ‘안전 모퉁이’ 등도 눈길을 끈다. 상점 주변에서 소음과 흡연에 한걸음 떨어진 곳에서 경고음을 울리는 ‘부엉이 매너 알리미’는 주민과 상인간 갈등을 완화하는 효과를 노린 시설물이다.

구는 충분한 실증 과정을 거쳐 다른 동네까지 확대 적용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차량 진출입이 잦은 이태원동 인도에서 공공디자인 실험실을 운영해 보행자 안전을 강화하는 등 실험도 이어가고 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주민들 일상에서 반복되는 불편과 불안을 좀더 세심하게 살피기 위해 공공디자인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며 “결과물을 지속적으로 보완해 도시 완성도를 높여 나가겠다”고 전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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