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 가계자금, 예금에서 증시로
일본은 인플레이션, 중국은 저금리가 촉매제 …'예금의 시대' 막 내리나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최근 개인투자자들이 주식 투자를 다시 시작하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일본 가계는 1990년대 자산 버블 붕괴 이후 주식 투자를 기피하고 예금 중심의 자산 운용을 이어왔지만, 물가가 오르면서 현금의 실질 가치가 줄어들자 투자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블룸버그는 일본 개인투자자들의 변화에 대해 “주식이 매력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기보다, 현금을 계속 들고 있는 것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게 된 환경 변화의 결과”라고 전했다. 임금 상승에도 불구하고 물가 상승 속도가 더 빠르면서, 예금만으로는 자산 가치를 지키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과거 주식 투자 경험이 거의 없던 세대가 처음으로 증시에 진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기 유행이 아닌 구조적 변화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같은 가계 자금 이동의 흐름은 중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블룸버그는 18일 보도에서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중국의 정기예금 규모가 약7조달러에 이르면서, 가계 자금이 주식과 금, 보험 상품 등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에서는 부동산 침체와 증시 부진 속에 수년간 대규모 자금이 은행 예금으로 몰렸다. 그러나 은행들이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해 예금 금리를 잇따라 낮추면서, 일부 정기예금 금리는 1% 안팎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에 따라 만기가 돌아온 예금을 그대로 재예치하기보다 다른 투자처를 찾는 가계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블룸버그는 중국 투자자들이 주식뿐 아니라 자산관리 상품, 보험, 금 등 다양한 대체 수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는 최근 증시 반등을 계기로 직접 주식 투자에 나섰고, 일부는 주식 비중이 포함된 간접 투자 상품을 선택하고 있다. 이는 당국이 급등락을 피하면서 완만한 증시 상승을 유도하려는 정책 기조와도 맞물려 있다는 평가다.
또한 일본과 중국의 사례를 두고 “아시아 주요국에서 가계 자산의 성격이 바뀌고 있다”고 짚었다. 일본은 인플레이션이, 중국은 저금리와 대규모 예금 만기가 각각 촉매가 됐지만, 공통적으로는 예금 중심 자산 운용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 가계 자금의 이동이 본격화할 경우, 지역 증시뿐 아니라 글로벌 자본 흐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블룸버그는 중국의 경우 당국이 과도한 투기 열기를 경계하고 있어 자금 이동이 점진적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함께 제시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