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종원의 일본 톺아보기

한국의 여성, 일본의 여성

2026-01-20 13:00:01 게재

우리는 각자의 인생을 살지만 또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삶을 영위한다. 이 때 중요한 것이 사회적인 역할이다. 이는 개인마다 다르지만 어떤 그룹이나 계층이 함께 묶여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그중 하나가 남성으로서의 역할, 여성으로서의 역할이다. 이 성적 역할이란 점에서 한국의 여성은 일본의 여성과 너무 닮았다.

세계경제포럼이 매년 발간하는 ‘글로벌 성 격차 보고서’를 보자. 이 보고서는 ①경제적 참여와 기회 ②교육적 달성 ③건강과 생존 ④정치적 역량이라는 네 가지 영역에서 성 평등의 정도를 평가한다.

148개국을 대상으로 한 2025년 조사에서 한국은 101위, 일본은 118위를 차지했다. 영역별로는 한국이 ③, 일본이 ②에서 상대적으로 점수가 높았으나 양국 모두 사회적 활약에 직결되는 ①과 ④에서 평등도가 낮아 선진국 중 가장 뒤떨어진 수준에 머물렀다.

경제적 참여와 기회에서 후진적인 모습

경제적 참여와 기회에 초점을 맞추어 한일 양국의 후진적인 모습을 간단히 살펴보자. 첫째, 남성에 비해 일하는 여성이 상대적으로 적다. 2024년 현재 15세 이상 남성의 고용률은 한국이 70.9%, 일본이 69.7%이다. 반면 여성은 한국이 54.7%, 일본이 54.3%다. 한일의 여성 고용률 자체가 낮은 것은 아니지만 남녀 간의 격차가 10%p 이상 나는 것은 선진국 중에서는 보기 드물다.

둘째, 남성에 비해 여성의 고용이 불안정하다. 2024년 현재 한국의 비정규직 비율은 전체적으로 38.2%다. 하지만 성별로는 남성의 30.4%, 여성의 47.3%가 비정규직으로 일한다. 이런 격차는 일본도 마찬가지여서 전체의 비정규직 비율은 36.8%인데 남성은 22.5%, 여성은 52.6%다.

셋째, 남성에 비해 여성의 처우가 낮다. 임금의 성별 격차를 정확히 산정하기가 쉽지 않지만 2023년 전일제노동자를 기준(남성=100)으로 하면 한국이 70.7, 일본이 78.0이다. 다른 선진국이 대체로 80~90인 데 견주어 보면 격차가 상당하다.

더구나 위에서 본 여성의 높은 비정규직 비율을 고려하면 전체 남녀 간의 임금격차는 훨씬 커진다. 한편 처우에는 승진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관리직에서 차지하는 여성 비율을 보면 2023년 현재 다른 선진국은 30~40%대임에 반해 한국은 16.3%, 일본은 14.6%에 불과하다.

일하는 내실에서는 양국이 달라

이처럼 여타 선진국과 비교하면 비슷한 양상을 띠지만 그 내실을 살펴보면 한일 간에는 다른 점이 꽤 있다. 첫째로 현역세대와 고령자세대 간에 일하는 모습이 다르다. 2024년 현재 15세 이상 여성의 고용률은 한국이 54.7%, 일본이 54.3%로 엇비슷하다. 하지만 생산연령인구(15~64세)에 한해서 보면 한국이 62.1%, 일본이 74.2%로 일본이 더 높다. 거꾸로 고령자세대 중에서는 한국 여성이 훨씬 많이 일한다. 건강을 위해서 일하는 경우도 있지만 주로 돈 때문에 일한다고 할 때 한국 여성이 노후에 더 고달픈 삶을 살고 있다 하겠다.

둘째로 현역세대 중에서도 연령대별로 일하는 모습이 다르다. 종래 한국과 일본은 육아기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M자 곡선을 공통적으로 그려왔는데 근래 들어 상당한 변화를 보인다.

그렇지만 한국은 참가율의 꼭지(78.3%)를 이루는 25~29세에 비해 바닥(66.0%)을 이루는 40~44세가 12%p 낮아 여전히 M자 모양이 뚜렷하다. 반면 일본은 꼭지(88.2%)의 25~29세와 바닥(80.1%)의 35~39세 사이의 차가 8%p에 불과해 M자가 이전처럼 명확하지는 않다. 이는 육아기 여성의 경제적 참가에서 일본이 앞서 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M자의 바닥이 일본은 35~39세임에 비해 한국은 40~44세라는 점은 다른 사실을 알려준다. 즉 일본 여성은 대체로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즈음까지 주부 역할을 하는 데 비해 한국 여성은 아이가 더 자랄 때까지 주부 역할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이른바 ‘모성 이데올로기’가 한국 여성에게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셋째로 여성들이 일과 맺는 관계의 정도가 다르다. 근래 들어 여성의 대학진학률은 한국이 일본보다 높아졌다. 그 결과 전문직종에 종사하는 여성의 비율은 한국이 더 높다. 하지만 전문직 여성을 포함해 대다수의 한국 여성에게 일 또는 조직과의 관계는 ‘드라이(dry)’하다.

반면 일본 여성은 일 또는 조직에 스스로를 몰입하는 정도가 강하다. 이는 여성의 근속년수에서도 드러난다. 한참 일할 나이인 25~54세 여성의 평균 근속년수는 2023년 현재 한국이 6.4년, 일본이 11.5년이다. 요컨대 한국은 유동성이 강해 새롭게 기회를 찾을 수 있는 여지는 많은 반면 안정적으로 커리어를 개발할 수 있는 여지는 적다고 하겠다.

여성 활약 위해서는 이데올로기 넘어서야

그렇다면 한일 양국 특히 한국에서 여성이 경제적 참여를 확대해 사회적으로 활약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그 토대가 되는 것은 교육이다. 실제 여성의 고등교육 이수율이 높을수록 경제활동참가율은 높아진다. 취업 이후에는 기업이 성차별을 하지 않고 여성의 커리어를 존중하며, 정부는 육아휴직과 보육 등 일가정양립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노력을 어느 정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한일 양국이 여전히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주된 이유는 이데올로기의 속박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발전 이데올로기’다. 경영자는 기업의 발전을 위해 여성 인력이 필요하다 하고 정치인들은 국가의 발전을 위해 여성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다. 그 단적인 예가 ‘인구’다. 당초 한일 양국에서 여성문제가 정치적 과제로 등장한 배경도 저출산이었다.

여성의 ‘소리없는 저항’으로 인구절벽에 부딪히자 여성의 모티베이션을 끌어내지 않으면 안되게 된 것이다. 실제 2024년의 한국 출생률은 0.75, 일본 출생률은 1.15다. 보도에 의하면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가 한국의 저출산을 ‘인류 문명의 위기’로 규정하며 “3세대만 지나면 한국 인구는 현재의 약 3% 수준으로 급감해 북한이 굳이 침략할 필요도 없이 그냥 걸어서 국경을 넘으면 된다”고 경고했다 한다.

하지만 이런 이데올로기 속에서는 여성은 아이를 낳는 존재 혹은 국가 발전에 필요한 인력 즉 수단으로 전락하기 쉽다. 그리고 이처럼 여성을 수단으로 보는 시각으로는 여성의 모티베이션을 끌어내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엄청난 예산을 쏟아붓는 데도 불구하고 한국과 일본의 출생률이 높아지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한일 양국이 남성중심사회가 된 것도 기업과 국가의 발전을 위해서는 ‘산업전사’가 필요하다는 이데올로기 때문이었는데 이제 와서 유사한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여성의 사회 참여를 촉진하겠다는 것은 모순이다.

여성 자신도 수단으로 보는 시각 벗어나야

한편, 이와 결이 다르지만 또 하나 짚어야 할 점은 여성을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여성 자신에게도 내재되어 있을 가능성이다. 특히 한국 여성의 경우 ‘모성 이데올로기’가 강한데, 이는 아이의 성장을 위해서는 엄마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본성적인 측면 외에 아이의 성공을 위해서는 엄마가 희생할 수 있다는 규범적인 측면을 포함한다. 그리고 이 규범은 따져보면 여성 스스로를 자녀 성공의 수단으로 위치 지우는 성격이 작지 않다.

따라서 여성의 활약을 위해서는 여성 스스로를 목적으로 위치 지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여성이 자아실현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이 위에서 엄마와 자녀, 그리고 여성과 국가 간에 한쪽이 아닌 두쪽 다 중요하다는 균형 감각을 가지고 개개인 및 기업과 정부가 적절한 행동을 촉진해야 한다.

우종원 호세이대학 대학원 교수, 공공정책연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