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수본, 신천지 수사 본격화
‘내부비리 폭로’ 전 간부들 줄줄이 소환 조사
‘정치권 로비·국민의힘 당원가입 의혹’ 조준
정교유착 비리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신천지 전직 간부들을 줄줄이 소환조사하고 있어 주목된다. 통일교와 함께 신천지의 정치권 로비 의혹 등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한 모습이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합수본은 이날 신천지 청년회장 출신인 차 모씨를 불러 조사하고 있다.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의 측근이었던 그는 정치권과 꾸준히 접촉하며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의 부대변인까지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합수본은 전날 신천지의 한 지파장이었던 최 모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또 같은 날 전직 지파장이자 신천지 관련 세미나에서 ‘강사’로 활동했던 조 모씨도 함께 소환해 조사했다.
차씨와 최씨 등 그동안 이 총회장의 측근이자 신천지 총회 총무였던 고 모씨의 비리 의혹을 폭로해왔다. 특히 최씨는 지난 2020년 내부고발 보고서를 작성했던 인물이다. 보고서에는 고씨가 2017년 9월에서 2020년 7월까지 각 지역 지파장으로부터 홍보비나 법무 후원비 명목으로 100억원대의 돈을 걷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고씨는 ‘이 총회장에게 줄 공진단과 산삼을 구입해야 한다’며 돈을 요구했다고 한다. 고씨는 또 코로나19 사태 당시 이 총회장과 신천지가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게 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한 후원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현금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보고서에서 “113억원을 걷어 상부에 올리면서도 한번도 사용처를 투명하게 설명해 주지 않았다”며 횡령 의혹을 제기했다. 최씨는 합수본에 출석하면서도 “횡령 금액을 113억원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며 “죄를 지었으면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신천지는 이렇게 마련한 자금으로 정치권 로비 등에 활용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합수본은 전날 최씨 등을 상대로 고씨의 횡령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 등을 확인한 데 이어 A씨에게 정치권 로비 여부 등을 집중 조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천지의 ‘2인자’로 지목된 고씨는 신도들의 국민의힘 당원가입 의혹의 핵심 인물로도 꼽힌다.
앞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2021년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서 신천지 신도 약 10만명이 책임당원으로 가입해 당시 윤석열 후보를 도왔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여기에 22대 총선을 앞둔 2023년 말에도 신천지가 국민의힘 당원 가입을 조직적으로 지시·관리했다는 의혹이 더해졌다. 이 총회장의 경호원 출신인 A씨는 언론을 통해 신도들을 미리 책임당원으로 만들어둬야 향후 당내 경선이나 정치 일정에서 신천지의 영향력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전국적인 차원에서 국민의힘 당원가입 활동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합수본은 21일 A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신천지의 자금 횡령과 정치권 로비, 국민의힘 당원 가입 의혹 등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합수본은 고씨와 이 총회장을 직접 불러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합수본 관계자는 “신천지 관련자들을 조사하고 있는 건 맞지만 자세히 확인해줄 수 없다”며 “신천지와 관련해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선 모두 다 들여다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천지는 합수본 수사와 관련해 19일 성명서를 내고 “정부가 특정 종교를 지목해 ‘해악’과 ‘폐해’를 단정적으로 언급하며 공권력을 앞세운 대응에 나선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