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현대제철 불법파견 시정하라”
당진공장 하청 노동자 1213명 직접고용
미이행 시 1인당 최대 3000만원 과태료
고용노동부가 현대제철 당진공장의 사내하청 구조를 불법파견으로 판단하고, 협력업체 노동자 1213명을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지시를 내렸다. 민사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직접고용 행정조치가 내려지면서 산업계 전반의 파장도 주목된다.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은 19일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일하는 협력업체 10개사 소속 노동자 1213명에 대해 직접고용 시정지시를 했다고 밝혔다. 시정기간은 25일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1인당 최대 3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과태료는 위반 횟수에 따라 단계적으로 늘어난다.
노동부는 이번 조치가 현대제철이 협력업체 노동자를 사실상 원청의 지휘·감독 아래 두고 사용하는 불법파견 형태로 운영해 왔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안지청은 불법파견 의혹 고발 사건과 관련해 전담 TF를 구성해 현장조사를 벌였고, 그 결과를 토대로 2024년 6월 현대제철을 불법파견 혐의로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검찰은 보강수사를 거쳐 2025년 12월 같은 혐의로 현대제철을 기소했다.
이번 시정지시는 노동부가 1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직접고용을 명령한 사례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노동부가 이처럼 대규모 직접고용 지시를 내린 것은 2020년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사건 이후 약 5년 만이다.
다만 이번 조치는 사법 판단이 확정되기 전에 내려졌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도 남긴다. 노동부는 법원의 최종 판단과 별개로 근로감독과 행정조사 결과를 통해 불법파견이 확인되면 시정지시를 내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법원에서는 1·2심 판단이 엇갈렸고, 현재 대법원 판단을 앞두고 있어 행정 판단과 사법 판단이 맞물리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점이 쟁점이다.
이번 조치는 개별 기업을 넘어 사내하청 구조를 활용해 온 산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조선·철강·건설 등 사내하청 비중이 높은 업종에서는 고용 형태 전반에 대한 재검토 압박이 커질 수 있고, 직접고용 전환에 따른 인건비와 노무관리 부담도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적 불확실성이 기업 경영 판단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노동자 관점에서는 이번 시정지시가 고용 안정성과 법적 지위 확인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내하청 구조 속에서 원청 책임을 보다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시정지시 대상과 대법원 판단 대상이 일치하지 않는 상황에서 실제 고용 전환 범위와 시기를 둘러싼 추가 갈등 가능성도 남아 있다.
현대제철은 당진공장 사내하청과 관련한 민사소송이 대법원에서 진행 중인 상황에서 시정지시가 내려진 데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시정지시를 이행할 경우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고, 불이행 시에는 과태료 부담과 함께 이의신청, 행정소송 등에 나서야 하는 선택지에 놓이게 된다.
노동부는 “불법파견 등 탈법적인 인력 운영에 대해서는 현장 감독과 점검을 통해 엄정히 조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장세풍·한남진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