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 구조개선법 8월 시행…‘강제 폐교’ 시대 열린다
경영위기대학 구조조정
지방 전문대학 ‘발등의 불’
“설립자 인센티브 도움 안돼”
부산 지역 유일의 예술 전문대학인 부산예술대학교가 2027년 2월 문을 닫는다. 2024년 교육부로부터 국가장학금과 학자금대출 지원 중단 통보를 받은 부산예술대는 재정난에 자진 폐교를 결정하고 오는 6월 폐교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부산예술대가 폐교할 경우 학교 설립자는 대학 청산 후 남은 재산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사립대학의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사립대 구조개선법)이 8월 15일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모든 재산이 국고에 귀속됐다.
사립대 구조개선법은 학령인구 감소로 재정 부실에 처한 사립대학의 퇴로를 마련한다는 취지로 제정됐다. 정부는 부실 대학에 경영 진단을 거쳐 학생 모집 정지와 폐교 그리고 학교법인 해산·청산 등을 명령할 수 있게 된다.
폐교 후 대학 자산에서 부채를 해소하고 교직원·학생에게 위로금을 지급한 뒤 남은 금액의 15%를 설립자 측에 ‘해산정리금’으로 돌려줄 수 있다. 교육부에 ‘사립대학구조개선심의회’를 두고 해산 절차를 심의한다. 경영위기대학 지정과 구조조정은 한국사학진흥재단이 맡는다.
이하운 한국사학진흥재단 이사장은 8일 대구 한국장학재단에서 열린 교육부 소관 기관 업무보고에서 “사립대 구조개선법 시행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대학경영진단원을 재단 내에 설치했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사립대 구조개선은 반드시 수행돼야 하는 작업”이라며 “한계대학을 정리하고 나머지 사립대는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산업체에 연계해 특성화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4년 한국사학진흥재단이 전국 280개 대학의 결산서와 신입생 충원율 등으로 재정 진단을 진행한 결과 14곳이 경영위기대학으로 지정됐다.
강제 퇴출이 가능해지면서 가장 위기감이 높은 곳은 학생 모집이 어려운 지방대학 특히 전문대학이다.
제주한라대는 정원의 20%를 감축해야 할 위기에 처하자 ‘4년제 일반대학 전환’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1·2학년 정원을 1~4학년으로 분산해 전체 학생 수와 교직원 규모를 유지하겠다는 복안이다.
제주관광대는 학령기 학생 대신 성인 학습자 전용 학과 4개를 신설하고 외국인 유학생 170여명을 유치해 빈자리를 채우기로 했다.
대구의 한 전문대는 재학생 수가 계속 줄어들자 학교 부지 8만여㎡ 중 3만여㎡를 890억원에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섰다.
2010년대 4500명이 넘던 정원이 2026학년도 1000명 수준으로 급감한 이 대학은 같은 법인 내 4년제 대학과 통폐합까지 검토하고 있다.
경영위기대학 지정을 피하기 위한 편법도 등장했다. 전북 완주의 한일장신대에서는 지난해 신입생 충원율을 높이기 위해 친인척 등을 ‘유령 학생’으로 등록시킨 의혹이 불거져 전 총장과 교수 등 12명이 검찰에 넘겨졌다.
대학 기관평가 인증 기준인 ‘3년 평균 충원율 95%’를 맞추기 위한 무리수가 처벌로 이어진 셈이다. 부산 지역 사립대학인 동명대에서도 신입생 충원율을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새 법 시행이 자연스러운 대학 구조조정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평가를 통해 부실 대학을 선별하고 예산 지원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폐교를 유도해왔지만 강제로 문을 닫게 할 법적 근거가 없었다. 2000년 이후 문을 닫은 대학은 22곳뿐이고 이 중 자진 폐교한 곳은 6곳에 불과하다.
폐교를 결정한 부산예술대도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대학 관계자는 “인구 감소로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폐교되는데 대학도 당연히 폐교될 수밖에 없다”면서도 “설립자에게 최대 15%의 정리해산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는 학교 폐교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차염진 기자 yjcha@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