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이앤씨 산안법 위반 403건 적발"

2026-01-21 13:00:21 게재

노동부 안전보건감독 결과 발표 … 노동계 “생명 경시 경영” 비판

대형 건설기계 사고로 현장소장이 구속되면서, 올해 사망사고 5건이 발생한 포스코이앤씨의 안전관리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정부의 전면 감독 결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403건이 적발됐다. 노동계는 이를 “노동자 생명을 비용으로 취급한 구조적·경영적 실패”라고 비판했다.

20일 고용노동부는 포스코이앤씨 본사와 전국 현장에 대한 안전보건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사망사고가 반복된 점을 고려해 감독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이앤씨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2022년 1월) 이후 2023년 1건, 2024년 3건, 2025년 5건 등 모두 9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이번 감독은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진행됐다.

현장 감독 결과, 전국 62개 현장 가운데 55곳에서 258건의 법 위반이 확인됐다. 안전난간이나 작업발판이 설치되지 않은 사례처럼 기본적인 안전조치가 지켜지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았다. 굴착면 붕괴를 막기 위한 조치나 거푸집·동바리 설치 기준을 어긴 사례도 다수 포함됐다. 노동부는 이 같은 위반이 일부 현장에 그치지 않고 관행처럼 반복돼 왔다고 판단했다. 본사 점검에서도 안전·보건관리자 선임 지연,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운영 미흡, 직무교육 미이수, 산업안전보건관리비의 부적절한 사용 등 145건의 위반이 적발됐다.

노동부는 반복된 사망사고의 원인을 안전보건관리체계 전반의 구조적 문제로 짚었다. 안전보건경영방침이 오랜 기간 바뀌지 않아 최고경영자의 책임과 실행 방향이 분명하지 않았고, 안전보건계획이 이사회에서 핵심 안건으로 다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와 안전 조직의 위상이 사업본부보다 낮아 현장에서 실질적인 안전 지시를 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현장 안전보건관리자의 정규직 비율 34.2%, 최근 수년간 안전전략예산 축소도 감독 결과에 포함됐다.

이번 감독에서는 특히 노동자 참여형 안전제도가 사실상 붕괴 상태에 놓여 있다는 점이 핵심 문제로 지적됐다. 현장 위험을 알리는 안전신문고와 작업을 멈출 수 있는 작업거부권이 제도로는 존재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점점 사용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포스코이앤씨의 안전신문고 접수 건수는 2022년 738건에서 2023년 381건, 2024년 174건으로 급감했다. 2025년 상반기에는 54건에 그쳤다. 작업거부권 행사도 2022년 2360건에서 2023년 1781건, 2024년 1145건으로 줄었고, 2025년 상반기에는 412건으로 감소했다.

노동부는 의견 제출자의 익명성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고, 작업 중지에 따른 손실 규정이 불명확하며, 보상 수준이 낮은 점 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 결과 노동자들이 위험을 인지하고도 “말해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인식 속에 신고나 작업 중단을 포기하는 구조가 굳어졌다는 것이다.

노동계는 이를 두고 “참여형 안전제도가 무너지면서 사고 예방의 마지막 방어선이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위험을 가장 먼저 감지하는 것은 현장 노동자인데, 그 목소리가 차단된 상태에서는 어떤 매뉴얼도 의미가 없다”며 “노동자가 실질적으로 참여하고, 작업을 멈춰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 구조로 바뀌지 않으면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 차원의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20일 국무회의에서 김영훈 노동부 장관에게 산재 사고 과징금제 도입을 포함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며 국회의 적극적인 설득을 주문했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이번 결과를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이번을 계기로 현장의 안전 확보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 안전관리 체계를 전면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창원지방검찰청 마산지청은 19일 경남 의령군 함양울산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천공기) 회전 부위에 끼여 노동자가 숨진 사고와 관련해 포스코이앤씨 현장소장을 업무상과실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조사 과정에서 당시 기본적인 안전장치가 설치되지 않았고, 위험 신호가 제기됐음에도 작업이 중단되지 않았다는 진술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안전팀장과 공사팀장도 불구속 기소됐다.

장세풍·한남진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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