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은 내란’ 법원 첫 판단 나온다
21일 ‘내란 방조’ 한덕수 1심 선고
징역 15년 구형 … 윤 재판 가늠자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한 1심 선고가 21일 오후에 나온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혐의로 기소된 사건 중 가장 먼저 법원의 판단이 나오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한 전 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내란 중요임무종사 등 혐의 사건 1심 선고 기일을 연다.
한 전 총리는 국무총리로서 대통령의 자의적 권한 남용을 견제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윤 전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을 막지 않고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해 계엄 선포의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초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한 전 총리에게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를 적용했으나 재판부 요청에 따라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도 판단해달라고 공소장을 변경했다.
한 전 총리는 또 최초 계엄선포문의 법률적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만든 사후 계엄선포문에 서명하고 이를 폐기하라고 지시한 혐의도 받는다.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 증인으로 나와 ‘계엄선포문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허위 증언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지난해 11월 26일 결심 공판에서 한 전 총리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이날 재판은 12.3 비상계엄이 내란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사법부의 첫 판단이 나온다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된다. 한 전 총리의 내란 방조나 중요임무종사 혐의를 가리기 위해선 우선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이 전제돼야 한다.
형법 제87조 내란 조항에서는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를 역할과 지위에 따라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의 체포 방해 등 혐의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백대현 부장판사)는 지난 16일 선고 공판에서 12.3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인정하면서도 내란죄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비상계엄의 내란죄 성립 여부에 대한 이진관 재판부의 판단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내란 사건 본류에 해당하는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선고 기일은 다음달 19일로 잡혀있다.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인정할 경우 한 전 총리에게 내란 가담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도 쟁점이다.
한 전 총리측은 그동안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막지는 못했지만 찬성하거나 도우려 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최후진술에서도 “대통령을 막을 도리가 없다고 생각해 국무위원들을 모셔서 다함께 대통령의 결정을 돌리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특검은 한 전 총리가 계엄이 합법적인 것처럼 꾸미려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는 등 내란에 가담하거나 방조했다고 본다. 실제 한 전 총리 재판에서는 한 전 총리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국무회의 정족수를 세는 듯한 모습,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계엄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문서를 보며 논의하는 장면 등이 담긴 계엄 당일 대통령실 CC(폐쇄회로) TV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앞서 백대현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계엄 당시 일부 국무위원만 소집해 나머지 국무위원들의 심의권을 침해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당시 국무회의가 정상적이지 않다고 본 것이다. 또 사후 계엄선포문 작성 혐의에 대해선 한 전 총리를 공모자로 적시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강의구, 한덕수, 김용현과 공모해 마치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인 12.3 비상계엄 선포가 국무총리와 국방부장관이 계엄선포 전 부서한 문서에 의해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게 하거나 비상계엄 선포 관련 탄핵 또는 수사절차 등에 행사할 목적으로 비상계엄선포문을 허위로 작성했다”고 판단했다.
법조계에선 한 전 총리 역시 유죄 선고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이날 한 전 총리 선고 공판은 실시간으로 중계된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