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삼성증권 ‘유령 배당’ 배상 유지
2심 “배당사고 책임 50% 제한, 18억원 배상”
“전산상 유령주식, 실제 발행·유통 아냐” 판단
국민연금공단이 삼성증권의 이른바 ‘유령주식 배당 사고’로 손해를 입었다며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일부승소 판결받았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민사 22-1부(성수제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국민연금공단과 삼성증권이 각각 제기한 항소를 기각하고 삼성증권이 국민연금공단에 18억6700만원을 배상하도록 한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이번 소송은 지난 2018년 4월 삼성증권이 우리사주 조합원에게 현금 배당을 하려다 전산 입력 오류로 주당 1000주가 배당된 것으로 처리된 ‘유령주식 배당 사고’에서 비롯됐다. 당시 존재하지 않는 주식 약 28억주가 전산상 입고됐고, 일부 직원들이 이를 매도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사고 직후 삼성증권은 매도 정지 조치를 요청했지만 약 500만주가 실제 거래로 체결됐다.
판결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해당 사고로 주가가 급락해 손해를 입었다며 삼성증권을 상대로 2019년 6월 298억9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2024년 8월 1심은 삼성증권이 배당 시스템과 내부 통제 기준을 적절히 마련하지 못한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손해 전부를 회사 책임으로 돌리기는 어렵다고 봤다. 특히 주가 하락의 직접적 영향을 받은 기간에 한해 손해를 인정하고 삼성증권의 책임을 50%로 제한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이 같은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전산상 입고된 것으로 표시된 주식이 실제로 발행·유통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삼성증권 매도 직원들이 사고 수습 업무 과정에서 주식을 매도한 것이 아니라 개인적 이익을 위해 매도한 것”이라며 회사의 사무집행과 관련된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또 주가 하락의 시장 충격이 잔존한 시점 역시 2018년 4월 10일까지로 한정한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삼성증권 사업보고서상 내부통제 관련 공시가 허위라는 국민연금의 주장과 추가 손해배상 청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배당 사고 당시 전산상 입고된 유령주식을 매도한 삼성증권 전·현직 직원들에 대해서는 형사 책임이 이미 확정됐다. 대법원은 2022년 3월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직원 8명에게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하면서 “금융업 종사자로서 직업윤리와 신뢰를 근본적으로 배반했다”고 밝혔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