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비용에 발목잡힌 독일경제

2026-01-22 13:00:01 게재

인프라 없는 에너지전환이 초래한 ‘비용의 습격’

경기침체로 이어져 … 독일, 정책 속도조절 나서

독일 경제침체의 주 원인으로 지목되는 에너지비용 급등이 에너지전환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독일정부는 기존의 공격적인 에너지전환 정책에서 속도를 조절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급격한 에너지가격 상승이 제조업 경쟁력 약화 = 22일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독일의 경기침체와 최근 에너지정책 변화 조짐의 시사점’ 보고서에서 “독일은 유럽 주요 5개국(독일 영국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중 유일하게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 경제는 2023~2024년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으며, 2025년 성장도 0.2%로 예측되고 있다.

독일의 국영방송사 DW는 “2026년 1%의 성장회복이 예상되지만 중장기적으로 독일 경제가 성공적인 경제 궤도로 다시 진입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이러한 침체의 원인으로 △에너지비용 급등 △인프라 투자 부족 △중국과의 수출 경쟁 심화 △고령화로 인한 인력난과 관료주의 행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독일 내에서는 급격한 에너지가격 상승이 제조업 경쟁력을 약화시켰다는 산업계의 불만이 높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비용급증의 원인이 에너지전환 정책 자체 문제라기보다 인프라 부족으로 인한 비효율성과 과도한 대외 의존도에 있다고 진단한다.

미국 하버드대학이 발간하는 저널 HIR은 독일의 경제위기가 에너지위기로부터 기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구체적으로는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중단과 원전 폐쇄, 재생에너지 전환 지연 등을 꼽았다.

HIR은 독일의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보급간 불균형이 러시아산 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심각하게 키웠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에너지비용 급증으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또 독일은 탈원전과 탈석탄을 추진하며 그 공백을 재생에너지 보급으로 메울 계획이었으나, 이를 뒷받침할 전력망 등 인프라가 충분히 확보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에너지전환 속도에 간극이 발생했고, 결과적으로 저렴하게 조달할 수 있던 러시아산 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심화시켰다. 이 상황에서 러-우 전쟁이 발발하며 공급이 중단되자 저비용 구조를 가졌던 독일산업 전반에 치명적인 충격이 가해졌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독일의 1차 에너지 소비에서 가스 비중은 과거 10% 후반에서 최근 26~27%까지 확대됐다. 아울러 재생에너지가 발전부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8%에 달함에도 전력망 확충 지연과 주민 수용성 부족 등이 보급을 지연시키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HIR은 “재생에너지 사업에 요구되는 허가 및 승인 절차는 극도로 느리고 복잡해 투자를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력망 확충이 에너지비용 낮추는 효과적인 방안” = 독일 에너지전환 싱크탱크인 아고라 에네르기벤데는 “전력수요는 탈탄소화가 진전되면 증가할 수밖에 없고, 재생에너지의 지나친 보급확대는 높은 비용을 초래한다”며 “전력망 확충이 에너지전환의 비용을 낮추는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경기 부진이 장기화되자 독일정부는 2025년 에너지정책 기조에 변화를 보였다. 기존의 고정가격지원제도(FiT)를 폐지하고 시장기반의 지원방식으로 전환할 것임을 발표했으며, 재생에너지 비중 축소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는 독일과 마찬가지로 제조업과 수출비중이 높은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며 “에너지전환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독일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으며, 다양한 유연성 자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독일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60% 수준에 이르지만 전력망과 보조자원 등의 인프라 부족이 비효율성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며 "현재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에너지고속도로는 효율적인 에너지전환을 추진하기 위해 필수적인 투자로서 인식돼야 하다"고 강조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이재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