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징역 23년, 내란 엄벌 예고

2026-01-22 13:00:05 게재

이진관 재판부, 특검 구형량보다 높게 선고

12.3 비상계엄은 ‘내란’‘친위쿠데타’ 못박아

윤석열·이상민 등 내란 세력 중형 선고 전망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 계엄 가담자들에 대한 선고에 관심이 모아진다. 내란 관련자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에서 12.3 비상계엄을 ‘친위 쿠데타’로 규정한 만큼 엄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한 전 총리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온데 이어 다음달 12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19일 윤 전 대통령 등 내란 재판의 1심 선고가 줄줄이 이어진다.

앞서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21일 한 전 총리에게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구형한 징역 15년보다 8년이 많은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또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한 전 총리를 법정구속했다. 전직 총리가 법정에서 구속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 사태를 ‘내란’으로 규정하면서 한 전 총리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막지 않고 계엄 선포가 국무위원 심의를 거쳐 이뤄진 것처럼 외관을 형성한 행위, 계엄 선포 후 국무위원들에게 관련 문서에 서명하도록 요구한 행위 등이 내란 중요임무 종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비상계엄 해제 뒤 최초 계엄 선포문의 법률적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작성한 사후 선포문에 윤 전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각각 서명한 뒤 이를 폐기한 혐의도 유죄로 봤다. 또 지난해 2월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 증인으로 나와 ‘계엄 선포문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위증한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간접적으로나마 민주적 정당성과 그에 대한 책임을 부여받은 국무총리로서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고, 헌법을 수호하고 실현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며 “그럼에도 내란이 성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런 의무와 책임을 끝내 외면하고 그 일원으로서 가담하기로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행위로 인해 대한민국은 자칫하면 국민 기본권과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가 유린당한 어두운 과거로 회귀해 독재 정치라는 수렁에서 장기간 헤어 나오지 못하게 될 수 있었고 국민은 씻을 수 없는 상실감과 상처를 입게 됐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재판부는 이날 한 전 총리에 대한 판단의 전제로 12.3 비상계엄의 성격을 규정하는데 상당부분을 할애했다.

재판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헌법에 따라 보장되는 의회 정당제도를 부인하는 위헌·위법한 포고령을 발령하며, 군 병력과 경찰 공무원을 동원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을 점거·출입 통제하거나 압수수색한 행위는 형법 87조에서 정한 내란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이런 ‘12.3내란’은 국민의 선출한 권력자인 윤석열 전 대통령과 그 추종세력에 의한 것으로 성격상 ‘위로부터의 내란’에 해당한다”며 “이런 형태의 내란은 이른바 친위 쿠데타라고도 불린다”고 했다.

재판부는 특히 “12.3 내란은 위헌성 정도가 아래로부터의 내란과 비교할 수 없다”며 엄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래로부터의 내란’이었던 전두환 전 대통령 주도의 12.12 군사반란에 대한 법원의 판단보다 더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기조가 유지되면 윤 전 대통령과 다른 내란 가담자들에게도 중형이 선고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그동안 12.3 비상계엄은 국정 위기 상황을 알리기 위한 ‘경고성’ ‘호소용’ 계엄이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현재 우리 주위에는 민주적 기본 질서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있거나 이를 파괴하려는 시도가 있고, 이미 유효한 구제 수단이 남아있지 않은 극단적 상황에서나 논의되는 ‘저항권’을 평상시 아무렇지도 않게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헌법과 법률에 정한 바 없어 위헌·위법한 주장에 불과한 계몽적 계엄, 잠정적 계엄, 경고성 계엄을 당연하다는 듯 주장하는 사람들, 작년 1월 19일 발생한 서부지법 폭동 사태와 같이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위해선 헌법과 법률을 쉽사리 위반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황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민주주의의 근본이 되는 선거 제도를 정당한 근거 없이 부정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윤 전 대통령측의 경고성 계엄, 부정선거 의혹 등 주장을 민주적 기본 질서와 법치를 훼손하는 행위로 못박은 것이다.

재판부는 또 비상계엄 사태가 몇 시간 만에 끝나고 사망자가 나오지 않았다는 윤 전 대통령측 주장에 대해서도 “이는 무장한 계엄군에 맨몸으로 맞서 국회를 지킨 국민 용기, 신속히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의결한 일부 정치인, 위법한 지시에 저항하거나 소극적으로 따른 군인과 경찰에 의한 것”이라고 했다. 비상계엄이 큰 불상사 없이 종료된 것은 내란 세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용기 있는 국민들에 의한 것이란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당장 다음달 12일로 예정된 이 전 장관 1심 선고공판에서 사법부의 엄벌 기조가 지속될지 주목된다. 이 전 장관은 비상계엄 당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지시를 받고 경찰청과 소방청에 언론사 단전·단수 등을 지시하는 등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됐다. 이 전 장관은 자신의 혐의를 부인해왔으나 이진관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이 전 장관과 주요 기관 봉쇄 및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이행방안 등을 논의한 것을 내란 중요임무 종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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