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현재의 고환율이 ‘뉴노멀’인 이유

2026-01-23 13:00:04 게재

코스피가 꿈으로만 여겨졌던 5000포인트에 도달했다. 우리 증시는 작년 한해 76%라는 기록적 상승에 이어 올해도 한달 만에 19% 가까이 오르며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시장이 되고 있다. 그런데 이와는 다른 현상이 외환시장에 나타나고 있다. 작년 말 1480원대로 치솟으며 정책당국의 대응을 유발했던 원달러 환율이 올해 들어서도 1470원대를 넘나들고 있다.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하면 국내주가 급등은 환율하락(원화강세)과 동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교과서적으로도 그렇다. 통화가치에 대한 기대는 그 나라의 경제체력에 대한 평가를 반영하며 기업들의 수출호조와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은 달러공급을 늘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1년은 달러지수가 작년 트럼프 2기 출범 후 지금까지 9%나 하락한 약달러 환경이었다.

미국이 안보동맹인 한국 일본 통화 약세 용인한 듯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크게 세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증시 성격이 완전히 바뀌었다. 최근 상승장은 반도체 전력기기 방위산업 원전 등 철저히 수출 대기업이 주도했다. 그리고 올해 들어서는 로봇 경쟁력으로 날개를 단 자동차 업종이 가세했다. 내수기업이 소외된 상태에서 환율상승이 수출기업의 실적기대로 연결되며 주가를 끌어 올리고 있는 셈이다. 동시에 환율하락이 내수를 부양해 전체 증시를 끌어올리는 메커니즘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다음으로는 구조적인 달러 유출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1월부터 11월까지 국내 개인·기관투자자는 1000억달러 이상의 해외주식을 순매수했다. 약 1200억달러로 추정되는 연간 경상수지 흑자의 85% 정도 달러가 주식투자를 통해 해외로 나간 셈이다. 물론 이 규모는 하루 거래규모가 800억달러를 넘어선 외환시장 구조상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벌어들인 달러가 국내에 머물지 않고 다시 밖으로 나가는 구조 속에서 환율이 낮아지기는 어렵다.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지정학적 관점에서 미국의 선택에 있다는 판단이다. 현재 미국은 한국 일본 등 핵심 동맹국의 통화 약세를 사실상 용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트럼프행정부는 한국과 일본에 각각 3500억달러, 5500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대미 투자를 청구서로 요구했다. 두 나라 기업들이 이 거액의 금액을 감당하려면 수출에서 막대한 이익을 내야 한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한국 기업이 원화강세로 수출 경쟁력을 잃어 대미투자 여력이 줄어드는 것보다 고환율을 용인해 투자를 받아내는 것이 실익일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점은 나라별 환율동향으로도 확인된다. 트럼프 2기 환율시장에서는 동맹국과 경쟁국 통화와 달러화의 관계에서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관세전쟁과 전략경쟁 상대국인 중국과 유럽통화는 절상 압력을 받는 반면 안보 파트너인 한국과 일본의 통화는 약세가 유지되고 있다. 이 때문에 과거 발견되던 원화와 위안화의 동조현상은 약해지고, 원화와 엔화의 동조현상이 강해지고 있다. 지금 외환시장 상황이 달라진 국제질서를 반영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정부는 정교한 내수부양책과 물가안정 고민해야

이렇게 보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고환율과 증시강세의 동반은 모순된 흐름이라 볼 수 없다. 변화된 글로벌 환경에 적응한 새로운 균형점을 찾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구조는 수출기업의 탄탄한 이익을 전제로 하는 만큼 환율상승을 외화 유동성 위기로 연결할 필요도 없다. 실제로 환율상승과 별개로 외환차입 시장은 안정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가 지속되는 한 높은 환율에 따른 내수경기의 고통은 불가피하다. 수입물가 상승과 통화정책을 통한 내수부양의 어려움 때문이다. 이것이 ‘뉴노멀’이라면 정부는 이제부터 정교한 내수부양책과 물가안정을 고민해야 한다. 또한 투자자들은 환율효과와 산업 경쟁력을 고려해 수출 주도 산업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 이것이 변화된 상황에 대응하는 방법이다.

최석원 전 SK증권 미래사업부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