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정당성은

2026-01-23 13:00:06 게재

판사는 선거로 뽑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의 판결 하나에 개인의 자유와 재산, 기업의 존폐, 정치의 향방이 좌우된다. 이런 선출되지 않는 권력은 무엇으로 정당성을 증명할 수 있을까.

프랑스 법률가 몽테스키외는 ‘법의 정신’에서 사법은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는 권력이기 때문에 오히려 절제와 형식에 더 엄격해야 한다고 했다. 유럽인권협약 역시 같은 맥락에서 “법원의 모든 판결과 대부분의 결정은 이유를 명시해야 한다”(제45조)고 규정하고 있다.

판결은 결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어떤 증거를 채택했고, 어떤 법 해석을 거쳐 결론에 이르렀는지를 설명할 의무가 있다. 여기에는 사법행정의 투명성도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유력 예비후보의 선거 발언을 허위사실 공표로 볼 수 있다며 하급심 무죄 판결을 파기환송한 대법원의 판단은 이런 원칙이 시험대에 오른 사례로 꼽힌다. 이 사안은 법리의 옳고 그름과는 별개로, 대선 직전에 내려졌다는 점에서 적잖은 논란을 낳았다

절차적 정당성을 지키는 것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국민참여재판도 하나의 사례다. 2008년 도입 당시 민주적 정당성을 보완하는 제도로 평가받았지만 실제로는 연간 100건 남짓에 그친다. 절차적 부담 탓에 판사들 사이에서는 “참여재판 한 건을 하느니 판결문 열 개를 쓰는 게 낫다”는 말까지 나온다. 제도의 취지와 현실 사이의 괴리가 여전히 크다.

사회·정치적 갈등 사건이 모두 법원으로 몰리고 ‘끝까지 가보자’는 인식 속에 타협은 실종되고 있다. 25년 이상 경력의 한 부장판사는 “중간에서 서로 양보하는 문화가 사라졌다”고 토로한다. 이른바 ‘삼세판 재판’이 일반화되면서 처리해야 할 사건은 늘어나고 있다.

판사와 사법부를 향한 시선도 애증으로 엇갈린다. 일부 국민은 사법부가 법조문을 방패삼아 권력을 사유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사법부 독립이라는 가치를 내세워 법을 전유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는다. 전관예우가 줄지 않았다는 의심도 현재진행형이다.

이런 의구심을 법조인들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조희대 대법원장은 1일 신년사를 통해 비상계엄과 탄핵국면을 거치며 법원과 재판을 향한 국민의 관심과 기대가 높아졌다고 밝혔다. 동시에 우려와 걱정이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하며 신뢰받는 사법부로 거듭나기 위해 안팎의 목소리를 겸허히 수렴하고, 소통하겠다고 했다.

최근 3대 특검 사건이 법원으로 넘어오면서 재판 부담은 더 커졌다. 전담 법관과 재판부를 구성해야 하는 과제도 추가됐다. 이런 상황일수록 법원은 더 많이 설명하고, 더 투명하게 판단의 과정을 드러내 주길 기대한다. 보이지 않는 권력의 정당성은 결국 설득과 설명에서 나온다.

박광철 기획특집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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