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위험 공유하면 산재 구상 대상 아냐”

2026-01-23 13:00:08 게재

대법, 산재 구상 기준 변경

공사 현장에서 지게차 운전자와 지게차 소유주로 인해 산업재해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근로복지공단이 지급한 보험금에 대해 장비 기사와 소유주에게 구상금을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조희대 대법원장·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2일 오후 근로복지공단이 지게차 운전기사 A씨와 지게차 임대인 B씨를 상대로 산재보험금을 물어내라며 낸 구상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로 확정 판결(파기자판)했다.

A씨는 2017년 2월 한 건설공사장에서 지게차로 철근을 옮기다 사고를 내 협력업체 근로자 C씨를 다치게 했다. 이로 인해 C씨는 목뼈 골절 및 척수 손상을 입고 그해 6월부터 산재보험금을 받았다. 또 장해 판정을 받아 근로복지공단은 6억3600만원의 산재보험금을 지급했다.

공단은 A씨와 B씨에게 공단이 지급한 보험금을 물어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지게차 운전기사와 소유자가 산재보험법 제87조가 규정한 ‘제3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1심과 2심은 모두 공단측 주장을 받아들여 A씨와 B씨가 함께 지급된 보험금 중에서 사고를 당한 C씨의 과실 등 일부를 제외하고 물어줄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와 B씨가 ‘위험을 공유한 관계’이므로 제3자라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산재보험법상 구상권은 보험료를 누가 냈는지나 형식적 고용관계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 근로자와 노무제공자가 동일한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업무상 위험을 함께 떠안고 있었는지에 따라 정해져야 한다”고 했다.

이번 판결은 산재보험법상 근로복지공단의 구상권 행사 대상이 되는 ‘제3자’의 판단 기준을 대법원이 새로 정립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대법원은 제3자 해당 여부를 고용관계나 산재보험료 부담 여부가 아니라, 사고 당시 동일한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업무상 위험을 함께 공유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명확히 했다.

대법원은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이와 같은 경우 건설기계 임대인 등은 산재보험법상 ‘제3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기존 판례의 입장을 변경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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