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동맥경화’… 이재명정부 국정동력 흔들
여야 강대강 대치에 국정과제 입법 후순위로 … 이 대통령 ‘입법 속도전’ 주문
국회가 여야의 극단적 대치로 입법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그 여파로 민생은 물론 이재명정부의 국정과제 이행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과 여당 지도부에 입법 ‘속도전’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본회의에 부의된 후 상정되지 않은 의안이 182개에 달한다. 이중 결의안 3건을 제외하면 179개가 법률안이다.
‘대통령 권한대행도 국회와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은 지난해 4월 9일 탄핵정국 때 법사위를 통과한 뒤 9개월 넘게 본회의 문턱에서 멈춰 있다. 당선된 대통령의 재판을 중지시키는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같은 해 5월 7일 법사위를 넘어섰지만 본회의에 오르지 못했다. 모두 민주당 의원들이 대표 발의하고 민주당 주도로 처리된 법안들이다.
선거 과정에서 중대한 허위사실 공표를 처벌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역시 지난해 5월 17일 본회의에 부의된 뒤 지금까지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다른 상임위를 통과해 법사위로 넘어온 법안 중에서도 계류되거나 상정되지 못한 안건이 68개에 달한다. 여기에는 2024년 8월 법사위에 올라온 장애인차별금지법, 같은 해 11월 상임위를 통과한 ‘국회의원 무노동 무임금’(국회법 개정안) 등이 포함돼 있다. 갯벌복원법, 스토킹방지법, 식품위생법 등도 4개월 이상 법사위에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입법이 멈춘 배경으로는 거대 양당의 강대강 대치가 꼽힌다. 여당은 내란 종식 등을 내세워 강성 지지층 요구가 반영된 법안들을 제1야당인 국민의힘과의 합의 없이 상임위에서 단독 처리했고, 이에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무제한 토론)’로 맞섰다.
일부 법안은 국민의힘이 찬성하는 안건까지도 무제한 토론으로 지연시키며 통과를 막으려 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특검법 등을 우선 처리에 나서면서 민생법안과 국정과제 법안은 뒤로 밀렸다.
민주당의 한 재선의원은 “국정과제 법안을 상임위에서 민주당 단독으로라도 처리하려 해도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로 막아서면 언제 본회의를 넘을지 가늠하기 어렵다”며 “지도부가 야당과의 법안 처리 협상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