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석유·에너지 기업들의 현재와 미래
탄소중립·기술혁신 전환기…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하며 지속가능한 경쟁력 구축
ENEOS, 에너지 인프라 산업의 핵심 기업
ENEOS는 일본 최대의 에너지·석유 기업 그룹으로 석유를 비롯해 전력 가스 수소 신재생에너지 금속·소재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사업을 운영하는 에너지 인프라 산업의 핵심 기업이다. 전국에 약 1만개 규모의 서비스 스테이션을 운영하며 주유 기능을 넘어 EV 충전, 수소 공급, 카셰어링 등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함으로써 미래 에너지 수요 변화에 대응하는 종합 에너지 스테이션으로의 전환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많은 기업과 지자체가 CO₂ 배출량 감축에 힘쓰는 흐름에 맞춰, ENEOS는 재생·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사업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CO₂ 감축을 지원하는 탄소배출권 거래와 재생에너지 전력 공급 계약(PPA, 전력구매계약)을 확대하며, 법인 고객 대상 에너지·탈탄소 솔루션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2040년 장기 비전은 ‘에너지·소재의 안정적 공급’과 ‘카본 뉴트럴 사회 실현’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제4차 중기 경영계획(FY2025~2027)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 변혁과 수익 구조 개선을 추진하고 있으며, 글로벌 M&A, 투자 관리 고도화, LNG·바이오 연료 등 저탄소 사업에 대한 우선적 자원 투입을 주요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2025년 상반기에는 매출이 전년 대비 다소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1667억3800만엔으로 전년 대비 115.6% 증가했고, 세전이익 역시 1578억9600만엔으로 143.4% 늘어나는 성과를 거두었다. 2026년에는 매출 약 11조4000억엔, 영업이익 약 2900억엔, 순이익 약 1350억엔이 예상되며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이익 창출 능력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R&D 중심의 이데미츠코산
이데미츠코산(出光興産)은 일본에서 ENEOS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정유회사로, 석유 정제·판매뿐 아니라 화학제품, 자원, 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에너지·소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ENEOS가 ‘일본 에너지 인프라의 중심 플랫폼 기업’이라는 성격이 강하다면 이데미츠코산은 ‘에너지와 첨단 기능성 소재 기술을 결합한 기업’이라는 특징이 두드러진다.
정유 기반 사업을 유지하는 동시에 전고체 배터리,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고기능 화학 소재 등 첨단 에너지 소재 기술을 성장축으로 삼아 제조·R&D 중심의 전략으로 미래시장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이데미츠 어드밴스트 머티리얼즈 코리아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우리나라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탄소중립과 자원순환 기반의 소재 개발·적용 등 고객 수요를 반영한 신소재 R&D를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고체 배터리용 핵심 소재인 리튬황화물(Li₂S)의 대량생산 설비를 일본 치바 정유공장에 신설하고, 도요타 등 완성차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2027~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공급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코스모에너지의 SAF·수소 에너지 전환
코스모에너지는 전통적인 석유 및 석유화학 사업을 기반으로 원유 개발과 정제, 석유 제품의 제조·판매, 석유화학 제품 생산, 그리고 재생에너지 사업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일관되게 수행하는 종합 에너지 기업 그룹이다.
코스모에너지 역시 재생에너지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육성해 미래에도 안정적인 경영을 실현하고자 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에너지 사회로의 전환이라는 글로벌 흐름 속에서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이라는 기업의 책임과 ‘환경대응’이라는 사회적 요구를 균형있게 충족하는 것이 코스모에너지의 핵심가치 제안이다.
중점 추진 사업 중 하나는 지속가능항공유(SAF)다. 일본에서 최초로 국산 SAF의 대규모 생산을 시작했으며 이는 오랜 기간 강점을 보유해 온 제 연료 공급 사업의 연장선에 있는 영역이다. 폐식용유 등 재생 원료를 활용해 생산하며, 기존 정유 기술과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을 가진다. 현재 ANA, JAL, DHL 등에 공급을 시작했으며 공급처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또한 일본 전체 CO₂ 배출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운송 부문 감축을 목표로 수소 스테이션(수소 충전소) 인프라 구축에도 착수했다. 수소 에너지가 언제 대중적으로 확산될지는 불확실하지만 공급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구축해 두는 것은 수요가 본격적으로 형성되는 시점에서 중요한 경쟁 우위로 작용할 수 있다. 이렇게 SAF 수소 그린전력 등 아직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잠재력이 큰 차세대 에너지 선택지를 단계적으로 구체화하며 에너지 전환을 실행하고 있다.
2023년에는 중장기 비전 ‘Vision 2030’을 수립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실행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 비전은 디지털 전환(DX), 인적자원 전환(HRX), 그린 전환(GX)이라는 3대 트랜스포메이션을 중심으로 경영 기반을 혁신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체제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둔다. 석유의 안정적 공급과 차세대 에너지를 통한 환경 대응이라는 두가지 축을 중심으로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지향한다.
다만 ENEOS나 이데미츠코산과 같은 경쟁사에 비해 미래고객이 될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브랜드 인지도와 공감도가 낮은 점은 과제로 지적된다.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알기 어렵다’는 인식은 젊은 세대와의 접점 단절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 문제는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2025년 연결 매출액은 3조8452억엔으로 전년 대비 7.5%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2152억엔으로 전년 대비 11.0% 증가하며 안정적인 이익 창출 능력을 유지하고 있다.
INPEX, 저탄소 솔루션으로 확장 추진
INPEX는 International Petroleum Exploration(국제 석유 탐사)의 약어로, 일본을 대표하는 석유·가스 탐사·생산 에너지 기업이다. 'INPEX Vision 2035'와 향후 3년간의 중기 경영 계획에서는 ‘천연가스·액화천연가스(LNG) 사업 확대’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와 수소를 중심으로 한 저탄소 솔루션 제공’, ‘INPEX만의 강점을 활용한 새로운 도전’이라는 세가지 성장 축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35년까지 사업 규모를 60% 확대하는 동시에 온실가스(GHG) 배출 원단위를 60%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INPEX는 LNG 판매량을 2030년까지 현재의 1.5배로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이와 함께 CCS 기술 개발에 연간 약 1900억엔을 투자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넷제로(Net Zero) 관련 사업에서 1000억엔 규모의 수익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기자본비율 약 60% 수준의 안정적인 자본구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영업이익률은 약 50% 이상으로 높은 수익성을 보여준다. 2025년 들어 유가·가스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순이익은 전년 대비 소폭 증가하며 실적 저력을 입증했다. 이를 바탕으로 연간 순이익 전망도 상향 조정되고 있다.
호주 북서부 해상에 위치한 대형 LNG 개발 프로젝트인 익투스(Ichthys)의 안정적인 생산이 이익을 견인하고 있으며, 향후에는 인도네시아 아바디(Abadi) LNG 프로젝트의 최종 투자 결정(2027년 목표)을 통해 추가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성장을 향한 에너지 기업의 선택
에너지 산업은 탄소중립 실현, 기술혁신, 인구구조 변화, 소비자 인식 전환 등 복합적인 외부환경의 영향을 받으며 산업 재편의 한가운데 있다. 일본정부의 2050년 탄소중립 선언과 국제적인 ESG 투자 확대 흐름을 배경으로 재생에너지 중심으로의 본격적인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 속에서 기업들은 생존과 지속성장을 위협하는 다양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
탈탄소 흐름의 가속, 인구감소에 따른 국내 에너지 수요 축소, 브랜드 이미지 변화, 내부 조직 체계의 재정비 필요성은 핵심 도전 과제다.
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투자와 신소재 개발 역량 강화는 석유 기업의 장기 성장 전략을 뒷받침하는 핵심 축이며, 기존 석유 사업의 경쟁력을 확장하는 동시에 미래 수익 기반을 구축하는 중요한 전략적 기둥으로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