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배임죄는 과도한 경제형벌”
경제8단체, 국회·법무부에 호소…적용대상·처벌행위 명확화 제안
경제계가 기업을 옥죄는 과도한 ‘경제형벌’인 배임죄 전면 개편을 국회와 정부에 촉구했다.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경제 8단체는 26일 ‘배임죄 개선을 위한 경제계 호소문’을 발표하고 국회와 법무부에 관련 건의서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경제계는 호소문에서 “배임죄는 처벌 대상과 범죄 구성요건이 불분명해 경영진의 합리적 경영 판단까지 처벌할 위험이 크다”며 “이는 기업인의 신산업 진출이나 과감한 투자 결정을 단념시키는 등 기업가 정신을 저해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배임죄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과도한 경제 형벌로 꼽히며 외국 기업인들도 한국에서는 투자 결정의 잘못만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위험을 우려한다고 경제계는 주장했다.
경제계는 건의서를 통해 형법 상법 특경법상의 배임죄를 조건 없이 전면 개편하고 미국이나 영국처럼 사기·횡령죄로 처벌하거나 민사적으로 해결할 것을 제안했다.
배임죄 전면 개편 대신 개별법에 대체 법안을 마련할 경우에는 독일이나 일본처럼 적용 대상과 처벌 행위 등 배임죄 구성요건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어 배임죄 구성요건에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거나 본인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을 추가해 ‘고의적인 위법행위’에 한해 처벌하자고 제안했다. 또한 ‘재산상의 손해 발생’이라는 처벌 기준 역시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한 경우’로 명확히 정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독일 형법상 배임죄는 ‘충실의무 위반’을 구성요건으로 하면서도 판례를 통해 엄격한 목적성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일본 회사법에 있는 특별배임죄의 경우에도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거나 회사에 손해를 가할 목적’을 명시하고 있다.
경제계는 “기업인의 정상적인 경영판단에 대해 실패했다는 이유로 배임 혐의가 씌워진다면 기업인들의 과감한 신산업 진출이나 대규모 투자결정이 위축되고 결국 막대한 사회적 손실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경제계는 배임죄 개편의 보완책으로 거론되는 징벌적 손해배상이나 디스커버리 제도(재판 전 소송 당사자들이 상대방의 정보·증거를 상호 열람하는 제도)에 대해서는 기업 부담을 가중할 수 있어 논의를 지양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한편 경제계는 배임죄 전면 개편과 함께 경영판단원칙을 상법과 형법에 명문화할 것도 건의했다.
1차 상법 개정으로 이사충실의무가 주주로 확대되면서 이사들이 짊어져야 할 사법 리스크가 커진 만큼 기업인들의 전문적 경영 판단을 인정하고 불필요한 소송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는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제8단체는 “배임죄 개편과 경영판단원칙의 명문화를 통해 명확한 법적 기준이 세워지고 예측 가능한 법 집행이 이뤄지면 기업 경영에 활력이 생길 것”이라며 “투자와 혁신을 통한 잠재성장률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