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 명동에 ‘불닭’ 전초기지
본사 명동으로 이전 … 지난해 매출 2조원 최대실적 바탕, 글로벌 도약
삼양식품이 서울 명동으로 본사를 이전하며 글로벌 식품기업으로의 도약에 속도를 낸다. 불닭볶음면을 앞세운 해외 매출 급증과 사상 최대 실적을 배경으로, 상징성과 실질을 겸비한 도심 핵심 입지를 글로벌 경영의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삼양식품은 26일 서울 중구 충무로 2가에 위치한 명동 신사옥으로 본사 이전을 완료하고 임직원들의 첫 출근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번 이전은 1997년 성북구 하월곡동 사옥 준공 이후 약 28년 만의 본사 이전이다. 급격히 확대된 글로벌 사업 규모에 대응할 수 있는 업무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추진됐다.
명동 신사옥은 연면적 2만867㎡, 지하 6층~지상 15층 규모다. 기존에 분산돼 근무하던 삼양라운드스퀘어 주요 계열사 인력까지 한데 모아 협업 효율과 의사결정 속도를 높일 수 있도록 설계됐다. 단순한 사무공간 이전을 넘어 조직 운영 체계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재편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명동이라는 입지 역시 상징성이 크다. 명동은 김정수 부회장이 과거 한 음식점에서 착안해 불닭볶음면 아이디어를 떠올린 장소로 알려져 있다.
삼양식품은 브랜드 서사의 출발점이자 외국인 관광객이 밀집한 명동을 글로벌 소비자와 직접 호흡하는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K-푸드를 대표하는 브랜드로서 상징적 위상을 강화하는 동시에 해외 바이어, 관광객, 글로벌 인재와의 접점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본사 이전의 배경에는 가파른 실적 성장세가 자리 잡고 있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의 글로벌 흥행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액 2조원을 돌파하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2조 클럽’에 진입했다. 영업이익 역시 처음으로 50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4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액 6679억원, 영업이익 149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39.5%, 70.6%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기준 매출액 1조7141억원, 영업이익 3850억원을 기록했다. 연말 성수기 효과를 고려하면 연간 기준 실적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삼양식품이 매출액 2조3820억원, 영업이익 5245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다시 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성장의 핵심 동력은 해외 매출이다.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은 2022년 6057억원에서 2023년 8093억원, 2024년 1조3359억원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해외 비중은 이미 80% 안팎에 달한다. 올해는 해외 매출만 2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미와 중국, 동남아 등 주요 시장에서 불닭볶음면이 ‘프리미엄 K-라면’으로 자리 잡으며 가격 결정력과 브랜드 파워를 동시에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수익성도 눈에 띄게 개선됐다. 영업이익률은 2022년 9.9%에서 2023년 12.4%로 두 자릿수에 진입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9.9%까지 상승했다. 올해는 고마진 제품 비중 확대와 환율 효과가 더해지며 22.0% 수준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양식품은 생산 능력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밀양 2공장을 준공해 수출전용 생산능력을 확충했으며, 첫 해외 생산기지인 중국 공장은 2027년 1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밀양 2공장은 연간 8억3000만개 생산이 가능하다. 증권가에서는 내년 삼양식품의 생산능력을 연간 27억개, 금액 기준 약 2조90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명동 신사옥 이전은 실적 성장에 걸맞은 글로벌 경영 체계를 갖추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며 “명동이라는 상징적 공간을 거점으로 글로벌 인재를 확보하고, 세계 소비자와 더 가까이 소통하는 K푸드 대표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기존 하월곡동 사옥은 영업과 물류 조직의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