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종합병원에 매달 2천만~3천만원 전달”

2026-01-26 13:00:50 게재

고려제약 전 직원 ‘리베이트재판’서 증언

영광병원 기획실장, 금품수수 사실 인정

“약품 선정 권한 없어” 일부 혐의는 부인

고려제약으로부터 거액의 불법 리베이트를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전남 영광군 영광종합병원 실장 등에 대한 재판에서 자금을 운반했던 제약사 직원이 매달 2000만~3000만원을 병원에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4단독 박강균 부장판사는 지난 23일 의료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영광종합병원(영광병원) 기획실장 A씨와 함께 기소된 호연의료재단에 대한 재판에서 고려제약 전직 사원 김 모씨를 증인으로 신문했다.

이날 김씨는 리베이트 산정 방식과 전달 과정에 대해 상세히 진술했다. 김씨는 2015년부터 올해 1월까지 고려제약 광주영업소에서 근무하며 병원 영업을 담당했던 인물이다.

앞서 영광병원 기획실장인 A씨는 2017년부터 2023년까지 7년여간 고려제약으로부터 14억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지난 2024년 11월 구속기소됐다. 이후 보석으로 석방돼 재판을 받고 있다.

김씨는 재판에서 “영광병원을 담당하며 매달 이디아이(EDI 처방전산자료)를 확인해 고려제약 약품 처방액의 25~35%를 리베이트 금액으로 산정했다”며 “월 평균 지급액은 2000만~3000만원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해당 자금이 ‘비엠(Black Money)’으로 불렸고, 전달방식이 은밀했다고 진술했다. 현금은 본사에서 광주영업소 계좌로 송금된 뒤 1만·5만원권으로 인출해 본사에서 내려온 이사가 전달받거나, 이사가 직접 본사에서 현금을 소지한 채 내려오는 방식이었다. 김씨는 “본사 이사가 병원에 들어가 현금을 전달했고, 나는 밖에서 대기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재판의 쟁점은 병원 내 ‘약품코딩(처방코드 등록)’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였다. 약품코딩은 약을 처방할 수 있도록 전산시스템에 등록하는 것을 의미한다.

A 실장측은 고려제약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실장으로 재직했을뿐 약품 처방이나 약품 코드 생성에 대한 결정 권한을 행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약 처방과 신약 채택은 의료진과 병원 내부 절차를 통해 이뤄지는 사안으로 의사가 아닌 A씨는 약품 선정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씨는 “영광병원에서는 약품 처방과 코드 생성 과정에 재단측 영향력이 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A 실장이 신규 약품 코드 생성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로 인식해 회사에 보고했다”고 증언했다.

한편 경찰은 2023년부터 고려제약이 자사 약을 처방해주는 대가로 의사 1000여명을 대상으로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진행했다. 이번 사건도 해당 수사의 일환으로 기소된 사안이다. 영광병원측은 이와 관련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박 부장판사는 오는 4월 10일 피고인 신문과 추가 증인신문을 거쳐 결심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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