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책

빛 공해와 시민과학

2026-01-27 13:00:01 게재

‘인공조명으로 밝아진 야간은 생태계의 탄소저장 능력을 줄인다!’ 최근 영국의 한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의 핵심 결과다. 연구팀이 유럽과 북미의 도시 외곽 지역에 대한 위성 데이터와 지상 데이터를 종합해 분석한 결과 빛 공해가 생태계 호흡을 강화해 이산화탄소 방출량을 늘린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간 빛 공해가 개별 생물종의 군집변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다수 있었지만 이처럼 탄소순환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조사한 결과는 처음이다.

빛 공해란 ‘야간에 광자의 체적 농도가 자연상태에서 예상되는 값보다 증가한 상태’를 말한다. 현재 전세계 인구의 약 80%가 빛 공해에 노출되어 있고, 유럽과 미국에서 이 비율은 99%를 넘는다. 200여편의 문헌을 메타 분석한 한 연구에 의하면 지구 표면의 거의 절반 정도가 밤에 인공 빛의 영향권에 속한 것으로 보인다.

흔히 도시의 건물 조명, 경관/광고 조명, 가로등이 빛 공해의 원인이라 간주되지만 이 연구에 의하면 야간 인공광의 절반 이상은 비도시 지역의 교통망, 산업 인프라, 자원개발 현장 등에서 나오는 빛이 만든다.

인공위성의 관측에 따르면 2011년부터 매년 약 2%씩 인공광의 배출이 증가했지만 이는 지상에서 측정된 결과와 다르다. 빛 공해에 관심을 가진 시민들의 자발적 활동으로 진행된 시민과학 프로젝트의 결과, 밤하늘의 밝기는 매년 약 10%씩 증가해 왔다. 참여 시민들은 야간에 특정 별자리의 별들이 얼마나 보이는지 관찰해 보고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에 기여했다.

이런 큰 차이는 주로 위성 관측장비 속 센서가 단파장의 청색광을 검출하지 못해서 비롯된 결과다. 2010년 이후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한 LED 조명은 강한 청색광 성분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를 위성 관측에서 제대로 잡아내지 못한 것이다.

LED, 빛 공해 늘렸지만 해결 단초도 제공

2014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이 발명한 청색 LED는 인류의 조명 환경을 극적으로 바꾸는 중이다. LED 조명은 보통 청색 LED 칩 위에 적절한 파장변환 물질(주로 형광체)을 도포해 백색광을 구현하기에 상당히 강한 청색광 성분을 포함한다. 문제는 이 청색광이 인간의 생체리듬을 교란해 수면의 질과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빛 공해가 매우 심한 나라에 속하는 한국의 경우 수면제 복용과 빛 공해 사이의 상관성을 확인한 연구가 보고되기도 했다.

청색광이 주는 영향은 인간에서 끝나지 않는다. 야간 인공광 스펙트럼에서 청색광의 비중이 높아지면 동물들의 생체리듬에 미치는 영향도 커진다. 즉 강한 인공광은 철새나 나방, 박쥐 같은 동물들의 이동을 방해하며 대량의 죽음으로 이끌기도 하지만 다양한 생물종의 생체리듬을 교란해 번식, 사냥, 식물의 성장에도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다. 게다가 해안가에 존재하는 약한 인공광조차 바닷속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연구 결과도 속속 보고되고 있다.

높은 효율로 인해 급속히 보급되어 온 LED 조명은 처음에는 야간조명에 소요되는 비용과 에너지 저감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저비용으로 손쉽게 빛을 얻을 수 있게 된 인류는 야간 조명의 사용량을 늘리며 오히려 빛 공해가 심해졌다.

특히 단파장의 청색광은 대기의 여러 성분에 의해 더 강하게 산란되기 때문에 청색광이 강한 LED 조명은 기존 광원보다 밤하늘을 더 밝게 만들고 있다. 그런데 LED 조명이 갖는 높은 설계 유연성과 디지털 제어 기능은 오히려 빛 공해 문제를 해결할 단초가 LED 기술에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LED조명의 색감은 청색 LED 칩과 형광체의 결합비를 조절해 어느 정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야간 인공광의 스펙트럼 내 청색광의 비중을 수 % 이내로 제한한다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며 ‘스카이 글로우’ 현상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 특히 조명의 방출각도를 조절해 하늘 쪽으로 낭비되는 빛을 최소화할 수도 있고, 디지털 제어가 용이한 LED의 특성을 활용해 야간의 시간대별 밝기 조절, 센서를 활용한 보행자 감지와 점등/소등과 같은 밝기 제어가 가능하다.

시민과학 프로젝트 확산해 환경이슈 해결

기후위기는 그 해결에 오랜 시간이 걸릴 난제다. 그런데 환경오염의 한 종류인 빛 공해 문제의 해결은 상대적으로 간단하다. 해법은 야간의 인공광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보편적 인식을 확산시키고 국제규범을 만든다면 단기간에도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빛 공해에 관심을 갖는 세계의 많은 시민들이 밤에 자발적 조사에 참여함으로써 빛 공해의 원인 파악에 큰 기여를 해 왔다. 빛 공해와 기후위기를 포함한 다양한 환경이슈에서 시민과학 프로젝트의 확산이 절실한 시기다.

고재현 한림대학교 교수 반도체·디스플레이스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