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내홍 점입가경…여론조사마저 아전인수 해석
주류, ARS 조사서 국힘 선전하자 반색 … 친한계에 “체리피커” 친한계, 전화면접 조사서 국힘 부진한 결과 근거로 장 대표 비판
전문가 “ARS, 강성지지층 응답 … 양당 지지율 일정수준 나와”
국민의힘 내홍이 점입가경이다. 한동훈·김종혁 등 친한계(한동훈) 징계 논란으로 당이 시끄러운 가운데 여론조사 결과까지 공방 소재로 등장했다.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온 여론조사를 앞세워 상대방을 공격하는 식이다. 여론조사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조사결과 차이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해 정쟁 수단으로 삼는다는 비판이다.
26일 공개된 에너지경제신문-리얼미터(22~23일, 자동응답조사,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응답률 4.1%,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조사에서 민주당 42.7%, 국민의힘 39.5%로 나타났다. 오차범위 내 접전인 것이다.
주류 장동혁 대표측은 반색했다.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은 “장 대표 단식과 보수 결집, 한동훈 제명 효과가 마침내 민주당과 오차범위를 만들어냈다”며 “지지율로 지도부를 흔들던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 어디 갔냐”고 꼬집었다. 박민영 대변인은 “통계적 상식마저 부정한 채, 이 악물고 갤럽·NBS(전국지표조사) 조사만 옳다고 주장하는 자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체리피커들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현재 국민의힘 평균 지지율을 40% 안팎으로 추정한다”며 당 지지율이 낮다며 장 대표를 비판하는 당내 인사들을 향해 6.3 지방선거 득표율을 기준으로 ‘1억원 기부’ 내기를 하자고 제안했다.
장 대표측 반응은 친한계의 최근 공세를 겨냥한 것으로 읽힌다. 친한계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주 한국갤럽 조사결과가 나오자 “당 대표는 단식 최후카드 던졌는데 당 지지도는 하락. 세상에 이런 경우도 있나. 지방선거 넉 달 전, 이제 어쩔 거냐”는 SNS 글을 올렸다. 한국갤럽 조사(20~22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응답률 12.3%)에서는 민주당 43%, 국민의힘 22%였다. 양당 격차가 무려 21%p에 달한 것. 친한계 박상수 전 대변인은 지난주 NBS 결과가 나오자 “제명과 단식을 끝내고 민주당에 더블 스코어로 밀린 지지율을 끌어올릴 때”라며 “기어코 죽을 길을 가겠다면 그 책임은 온전히 부담하라”고 올렸다.
장 대표 단식에도 불구하고 낮게 나온 당 지지율을 근거로 장 대표측을 비판한 것. NBS조사(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19~21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응답률 20.2%)에서는 민주당 40%, 국민의힘 20%였다. 두 배 차이가 난 것이다.
국민의힘 윤리위는 26일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탈당 권유’ 중징계를 내리면서 “당의 지지율이 낮게 나오는 특정 여론조사만을 소개하며 다시 당의 지도부를 추가 공격하는 매우 계획적이고 용의주도한 매체 테러공격을 자행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한국)갤럽과 NBS 조사결과를 말하는 게 테러 공격이냐. 그럼 갤럽, NBS 말고 신천지 여론조사만 언급하란 말이냐”고 반박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조사기관별로 결과가 차이를 보이는 건 조사방식이 다르기 때문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리얼미터는 기계가 전화를 걸어 조사하는 자동응답방식(ARS)이다. 응답률이 낮은 경향을 보인다. 한국갤럽과 NBS는 사람이 전화 걸어서 조사하는 전화면접방식이다. 상대적으로 응답률이 높다.
익명을 요구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ARS 조사는 양쪽 진영의 ‘가족’만 상대로 조사한다는 비유를 쓰곤 한다. 정치 성향이 강한 사람들만 (조사에) 응답하기 때문에 응답률이 낮은 편이다. 강성지지층이 주로 응답하니까 (거대)양당 지지율이 일정수준 이상 나올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전문가는 전화면접 방식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나오지만, 선거가 임박하면 ARS 조사 수준으로 상승할 것이란 일각의 주장에 대해 “선거가 다가오면 평소 정치에 관심 없는 사람들도 정치에 관심을 두고 자신의 입장을 정하기 때문에 모든 정당 지지율이 올라가기 마련이다. 국민의힘 지지율만 올라가는 게 아니다. 선거가 닥치면 나타나는 특성일 뿐, 현재 ARS 조사결과가 여론을 더 정확히 반영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