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생성형 AI 시대, 왜 다시 전통적 컴퓨터공학인가

2026-01-28 13:00:00 게재

인공지능(AI)과 생성형 AI의 급격한 발전으로 “전통적인 컴퓨터공학 학습은 더 이상 필요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에서 발표된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안), 2025.12’을 면밀히 살펴보면, 역설적으로 AI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탄탄한 ‘컴퓨터공학적 기초 체력’임을 알 수 있습니다.

AI는 추상적인 소프트웨어만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정부는 ‘AI 고속도로’ 구축을 위해 GPU와 국산 NPU(인공지능 반도체) 등 핵심 컴퓨팅 인프라를 대규모로 확충하고 내재화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특히 ‘피지컬 AI’와 ‘휴머노이드’ 분야의 세계 선도를 위해 고성능 AI 반도체 기반의 하드웨어 플랫폼 확보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은 단순한 모델 활용 능력보다는 시스템 아키텍처, 회로 설계, 저수준 프로그래밍과 같은 전통적 컴퓨터공학 및 하드웨어 지식을 필수적으로 요구합니다. 생성형 AI 시대에는 대용량 트래픽과 초저지연 서비스를 처리할 수 있는 네트워크 인프라가 필수입니다.

AI 시대 주도하기 위해 갖춰야 할 기술

행동계획에는 AI 시대에 대응한 6G 용량 확충, 위성통신망 연동, 그리고 해저케이블 인프라 확충 등의 과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한 산재된 데이터를 통합하는 ‘국가 데이터 통합 플랫폼’ 구축에 있어 데이터 표준화와 플랫폼 연계 기준 정립이 핵심 과제로 제시되었습니다. 이는 데이터베이스 시스템, 분산 컴퓨팅, 네트워크 프로토콜 등 전통적인 컴퓨터공학의 핵심 과목들이 AI 서비스의 성패를 가르는 기반이 됨을 의미합니다.

AI 기술의 발전은 역설적으로 딥페이크나 프롬프트 인젝션과 같은 고도화된 보안 위협을 가져왔습니다. 정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K-사이버 보안 LLM’ 구축과 ‘양자 내성 암호(PQC)’와 같은 차세대 보안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보안은 단순히 도구를 사용하는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취약점을 이해하고 알고리즘의 수학적 원리를 파악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운영체제(OS)와 시스템 보안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는 AI 시대의 안보 주권을 지키는 보안 전문가가 될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은 단순히 AI 기술을 추격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학습하고 추론하는 범용지능(AGI) 경쟁에 뛰어들기 위해 ‘국가 초지능 연구소’ 설립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초과학 혁신을 위해 ‘수학 AI’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AI 모델의 성능을 개선하고 새로운 아키텍처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알고리즘, 이산수학, 수치해석 등 컴퓨터공학의 이론적 기초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은 AI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산업과 안보, 사회 전반을 뒤바꾸는 범용 기술임을 보여줍니다.

AI가 코딩의 일부를 대신할 수는 있지만, 그 AI가 구동되는 반도체를 설계하고, 초거대 인프라를 운영하며, 지능적인 보안 위협으로부터 시스템을 보호하는 것은 결국 ‘컴퓨팅의 원리’를 꿰뚫고 있는 전문가의 몫입니다.

전통적 컴퓨터공학의 기본기로 돌아갈 때

AI 시대를 단순히 살아가는 ‘사용자(User)’에 머물지 않고, 그 미래를 직접 설계하는 ‘창조자(Creator)’가 되고자 한다면, 지금이야말로 전통적인 컴퓨터공학의 기본기로 돌아가야 할 때입니다. 탄탄한 기초 위에서만 AI라는 강력한 도구를 진정으로 지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성태 서울사이버대학교 교수 컴퓨터 공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