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슈 비만치료제 체중 22% 감량 성공
릴리의 ‘젭바운드’급 약효
31억달러 기업인수 결실
스위스 제약 대기업 로슈가 비만 치료제 시장 주도권 경쟁에서 급속도로 추격에 나섰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로슈의 실험용 비만 치료제 ‘CT-388’이 임상 2상에서 최대 22.5%의 체중 감량 효과를 기록하며 일라이 릴리, 노보 노디스크 등 선두 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로슈는 이날 CT-388이 48주 치료 후 위약 대비 최대 22.5%의 체중 감량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치료 계획을 충실히 따른 참가자 기준이며, 전체 참가자로 범위를 넓히면 18.3%였다. 회사 측은 치료 기간이 길어질수록 효과가 더 개선될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과는 로슈가 비만 치료제 시장 ‘톱3’ 진입을 목표로 올해 공개할 5개 핵심 후보 물질 가운데 첫 성과다. 로슈는 2023년 카모트 테라퓨틱스를 31억달러에 인수하며 비만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대거 확보한 바 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28일 취리히 증시에서 로슈 주가는 장 초반 1.1% 상승했다. 연초 이후 누적 상승률은 약 7%로 유럽 바이오·제약 기업 블룸버그 지수를 웃돈다. 다만 로이터는 CT-388이 실제 출시되기까지 수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경쟁 약물도 다수 등장하고 있어 주가 상승폭이 제한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제프리스의 마이클 로이히텐 애널리스트는 “로슈 주사제가 일라이 릴리의 블록버스터 ‘젭바운드’와 비슷한 수준이며, 노보 노디스크 ‘위고비’보다 우수한 결과”라면서도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장에서 차별화 전략과 상업적 성공 가능성 입증이 관건”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일라이 릴리, 노보 노디스크 외에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등도 체중 감량 약물 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화이자는 지난해 말 비만 치료제 전문 기업 멧세라 인수전에서 승리하기도 했다.
주 1회 투여하는 CT-388은 카모트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후보물질로, 젭바운드와 유사한 작용 메커니즘을 갖췄다. 위·장 관련 부작용이 보고됐으나 대부분 경증이거나 중등도였으며, 부작용으로 인한 중도 탈락률은 5.9%로 동급 약물 중 낮은 편이었다.
로슈는 이번 분기 내 임상 3상을 개시할 예정이다. 단독요법뿐 아니라 다른 비만 치료제와의 병용요법도 시험할 계획이다.
마누 차크라바르티 로슈 심혈관·신장·대사 질환 제품 개발 총괄은 “48주 시점에도 체중 감량 효과가 정체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CT-388이 동급 최고 약물이 될 잠재력을 확인했다”며 “장기 투여 시 더 큰 체중 감량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슈는 임상 3상에서 환자 개개인의 필요에 맞춰 3가지 용량을 제시할 방침이다. 부작용 관리를 위해 저용량에서 시작해 4주마다 천천히 증량하는 전략을 택했다. 차크라바르티는 “이 같은 투여 전략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로이히텐 애널리스트는 18.3%와 22.5% 사이의 격차가 일부 환자들의 투약 준수 정도를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로슈는 스위스 증시에 상장돼 있으며, 미국에선 뉴욕증권거래소나 나스닥이 아니라 OTCQX에서 ADR(티커 RHHBY)이 거래된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