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기피 빗물저류조→17만명 찾은 명소

2026-01-28 13:00:26 게재

강서구 발산근린공원 ‘마곡안전체험관’

시·교육청 협업, 대표 안전교육 시설로

“의자 밑에서 하얀 연기가 나와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한다고요?” “불이야~ 불이야~” “코와 입을 막고 자세를 낮추세요. 기관사님한테는 누가 연락하죠?” “기관사님~ 5678호 1번 칸에서 불이 났어요.”

서울 강서구 마곡동 마곡안전체험관 2층 교통안전체험구역. 서울 지하철 5호선을 그대로 본뜬 객차 안에 하얀 연기가 퍼지기 시작하자 아이들 10여명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직전에 강사에게 소화기 수동개폐장치 비상통화장치 등 차량 내 안전시설물에 대한 설명을 듣고 불이 날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설명을 들은 참이다. 아이들은 기관사에게 상황을 공유하고 대피 안내방송을 들은 뒤 손작업으로 출입문을 열고 선로로 안전하게 대피했다.

마곡안전체험관을 찾은 어린이들이 지하철 화재 상황에서 대피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강서구 제공

28일 서울 강서구에 따르면 서울시·시교육청과 협업해 조성한 마곡안전체험관이 지난해 4월 개관한 이후 17만명 넘게 찾은 안전교육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악취며 미관상 문제로 주민들이 기피하던 빗물 저장시설을 활용해 조성한 공간이라 의미가 남다르다.

체험관은 5호선 마곡역 인근 발산근린공원 안에 자리잡고 있다. 당초는 집중호우때 일시적으로 빗물을 저장해 홍수를 예방하는 빗물저류조였다. 강서구는 주민들이 기피하는 시설을 지하로 넣고 상부에 안전체험관을 건립해 주민 친화시설로 탈바꿈시켰다. 기초지자체인 강서구와 광역지자체인 서울시, 그리고 서울시교육청까지 협력한 전국 첫 사례다.

연면적 3822.73㎡인 지상 3층 건물에서는 교통 재난 학생 보건 등 6개 분야 안전 교육과 체험이 가능하다. 교통안전구역은 실제 상황과 동일한 환경으로 꾸몄다. 구는 “특히 시내버스 충돌사고 체험 시설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전면과 측면을 모두 영상으로 구현했다”며 “마곡동 시가지를 배경으로 실제 버스가 운행하는 상황을 재현한다”고 설명했다.

지진 풍수해 등을 체험하는 재난안전구역도 아이들에게 인기다. 진도 7에 달하는 지진과 1초당 18m 속도로 불어오는 강풍 체험을 할 수 있다. 반지하 주택이 침수되는 상황에서 문을 여는 체험을 통해서는 물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느낄 수 있다. “물이 50㎝ 차오르면 성인 남성도 문을 열기 어렵다”는 설명에 보호자들도 “진짜 안 열린다”고 맞장구를 친다.

완강기 체험과 심폐소생술 등 화재 보건 분야와 함께 민방위 대원에 특화한 과정도 있다. 화생방과 대피시설 체험 등이다. 학생에 특화해서는 미아·신변 안전 교육을 진행한다.

지난 2024년 5월부터 시범운영을 거쳐 7월 정식 운영을 시작했는데 지난해 말까지 17만5511명이 다녀갔다. 자체 조사 결과 92.5%가 만족감을 표했다. 최근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니항공 직원들이 자녀를 동반하고 방문했다. 유치원생 딸 성은이와 함께 체험에 나선 조중연(50·서초구 반포동)씨는 “실제 상황에서 체험을 할 수 있어 아이도 빠르게 습득하는 것 같다”며 “어른들도 배울 게 많다”고 소감을 전했다.

경기도 하남시에서 찾아온 류예환(망월초 1) 학생은 “버스가 정차할 때 진동이 크게 느껴져 깜짝 놀랐다”며 “실감 나서 좋다”고 말했다. 어머니 장미애(46)씨는 “주말에는 예약·대기도 안된다”며 “이렇게 생생한 체험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체험관은 월~토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강서구는 사이버 안전체험관을 구축해 더 많은 체험 기회를 줄 계획이다.

진교훈 강서구청장은 “재난 상황에서는 평소 연습과 훈련이 생명을 좌우하는 만큼 실전과 같은 체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첨단기술을 활용한 실감형 안전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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