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집안은 난장판인데…마음은 다들 ‘공천밭’으로
친한계 징계 놓고 연일 입씨름 … 당 지지율 바닥권
‘공천=당선’ 대구시장 노리고 현역의원만 5명 참전
장 대표 단식 때 단체장·예비후보 앞 다퉈 ‘눈도장’
국민의힘이 징계를 둘러싼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당 지지율은 바닥권을 면하지 못하고 있지만, 당내 주요 인사들은 위기를 벗어날 해법을 고민하는 대신 6.3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 공천에만 관심을 두는 모습이다. 당의 위기는 외면한 채 제 잇속 챙기는 데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28일 국민의힘은 한동훈·김종혁 등 친한계(한동훈) 인사들에 대한 징계를 놓고 내홍이 극한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윤리위는 한 전 대표를 제명한 데 이어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해 탈당 권유 징계를 내렸다. 최고위원회는 이르면 29일 한 전 대표의 제명 징계를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 전 대표는 27일 SNS를 통해 “정상이 아니다. 바로 잡아야 한다”고 반발했다. 29일 제명 징계가 확정되면 당 밖에서 장동혁 지도부를 상대로 한 싸움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한 전 대표는 내달 8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대규모 토크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국민의힘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으면서 지지율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20~22일, 전화면접,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응답률 12.3%)에서 민주당 43%, 국민의힘 22%였다. 지난해 8월 장동혁체제가 출범한 이후 20%대에 갇혀 있는 형국이다.
당이 난장판이지만 당내 인사들은 넉 달 앞으로 다가온 6.3 지방선거·재보선에만 관심을 두는 모습이다. 부진한 당 지지율과 상관없이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대구시장에는 현역의원만 5명이 출마를 준비 중이다. 6선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27일 “대구시는 34년째 전국 지역내총생산(GRDP)이 꼴찌”라며 “이런 문제는 예산 한 두 푼 더 가지고 오고, 기업 한두 개 유치해서는 풀리지 않는다. 이는 도시 소멸로 가고 국가적 재앙이란 시각을 가진 제가 혼신의 힘을 다해 풀어보겠다”고 밝혔다. 앞서 3선 추경호·초선 최은석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4선 윤재옥 의원과 초선 유영하 의원도 조만간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장동혁 대표 단식장을 방문한 사실을 놓고 한 시사평론가가 ‘유영하 공천 지원설’을 제기하자, 유 의원은 “아는 것이라곤 음모론뿐인 자가 또 요설을 뱉었다”며 강하게 반박하기도 했다.
장 대표가 국회에서 8일 간 단식을 하는 동안 장 대표를 찾는 이들이 줄을 이었다. 일부 방문객을 놓고서도 “공천 눈도장을 찍으러 온 것” “선거연대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장 대표와 ‘정치적 결’이 다른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을 비롯해 국민의힘 소속 광역단체장 전원이 단식장을 찾았다. 최경환 전 부총리와 윤희숙 전 혁신위원장,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 박민식 전 보훈부장관, 이강덕 포항시장, 유의동 전 의원 등도 단식장을 방문해 장 대표를 격려했다. 이들은 전부 지방선거나 재보선 출마가 거론되는 인물들이다.
다른 야당 지도부도 단식장 방문 행렬에 빠지지 않았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 황교안 자유와혁신 대표, 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도 장 대표를 만났다. 이들은 국민의힘과 선거연대 또는 조직적 결합 가능성이 거론된다. 국민의힘 주요 인사들이 당이 직면한 위기는 모르쇠한 채 공천에만 관심을 쏟는 모습을 놓고 당 안팎에서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 야권 인사는 “당이 내홍에 빠져 초유의 위기를 맞았는데, 이에 대한 해법을 고민해야할 사람들이 전부 자기 공천에만 매달리고 있다. 설혹 그렇게 공천을 받는다고 해도 당이 난장판인 상황이라, 출마에만 만족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