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6년만에 ‘조강생산 10억톤’ 마감
내수부진·환경규제 강화 등 복합요인 … 인도, 세계 철강의 새로운 축으로 부상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인 중국의 ‘조강 10억톤 시대’가 2025년을 기점으로 사실상 막을 내렸다.
28일 세계철강협회(WSA)가 집계한 2025년 연간 국가별 조강생산량에 따르면 중국의 조강 생산은 9억6080만톤으로 집계됐다. 중국의 조강생산량이 10억톤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2019년 이후 처음이다.
중국의 세계시장 점유율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2020년 56.6%(10억6470만톤)였던 중국의 조강 생산 비중은 2024년 53.3%(10억3280만톤)로 낮아진 데 이어 2025년 52.0%까지 떨어졌다. 절대적인 생산 규모는 여전히 압도적이지만 글로벌 철강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철강업계에서는 “중국의 감소세는 일시적 침체가 아니라 정부주도 감산 정책, 부동산 경기둔화 및 내수부진, 환경규제 강화, 산업 구조 전환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미국, 제조업부활 기조속 3위 탈환 = 반면 인도는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며 세계 철강시장의 새로운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인도의 조강 생산량은 2025년 1억6490만톤으로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세계시장 점유율은 2020년 5.1%(1억30만톤)에서 2024년 7.9%(1억4960만톤)로 확대된 데 이어, 2025년 8.9%까지 상승했다. 중국의 비중이 줄어드는 사이 인도가 그 공백을 빠르게 채우고 있는 구조다.
인도의 조강생산량 증가는 내수중심의 철강수요 확대, 정부 주도의 인프라·제조업 정책, 지속적인 설비증설 그리고 중국감산에 따른 글로벌 구조변화가 다각적으로 연결된 결과로 평가된다.
이처럼 단발적인 요인이 아니라 구조적·정책적 요인에 따른 것으로 앞으로의 흐름을 예고한다.
신흥 철강 생산국의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베트남은 2025년 2470만톤을 생산하며 전년대비 12.3% 늘었고, 인도네시아 역시 1900만톤으로 2.2% 증가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두 국가는 모두 상위 15위권 내에서 진입했으며, 아시아 신흥국의 철강생산 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의 변화도 주목된다. 미국은 한동안 조강 생산이 감소 흐름을 보였지만, 2025년 8200만톤으로 전년 7950만톤 대비 생산량이 3.1% 늘었다. 이로써 미국은 일본을 제치고 세계 3위 생산국으로 올라섰다. 보호무역 강화와 제조업 부활 정책 기조 속에서 철강생산이 반등한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일본은 8070만톤으로 생산이 줄며 4위로 내려앉았다. 2025년 미국과 일본의 세계 조강생산량 점유율은 각각 4.4%를 기록했다.
지난해 일본의 조강생산량은 1968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정점이던 2007년 대비 3분의 2 수준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건설경기 침체와 자동차 생산 활력 저하, 인구 감소에 따른 내수침체 추세가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 6위 유지했지만 생산량은 감소세 = 한국은 2025년 세계 6위 자리를 유지했지만 생산량과 점유율은 감소세를 이어갔다.
한국의 조강생산량은 2020년 6700만톤(점유율 3.6%)에서 2024년 6400만톤(3.4%), 2025년 6200만톤(3.4%)으로 줄었다. 세계순위는 유지했지만 글로벌 생산증가 흐름에서 상대적으로 정체된 양상이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 주요 유럽국가의 조강생산은 2025년에도 전반적인 둔화내지는 정체 흐름을 보였다. 독일은 유럽 최대 생산국 지위를 유지했지만 에너지비용 부담과 수요위축 속에 생산이 감소(2024년 3700만톤→2025년 3400만톤)했다.
프랑스 역시 생산량이 2024년 980만톤에서 2025년 1080만톤으로 줄며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탈리아는 전년 대비 3.5% 증가하며 선방했고, 스페인은 정체(0.8%) 수준에서 횡보했다. 유럽 철강은 국가별 차이는 있으나 전반적으로 성장 모멘텀이 약화된 모습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세계 조강생산량 추이는 글로벌 철강산업의 중심이 중국 단독체제에서 다극화 구조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중국의 비중축소와 인도·신흥국의 부상, 미국의 반등은 향후 세계 철강시장의 경쟁구도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