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해양, 추종적 자세·마음 버려야”

2026-01-29 13:00:04 게재

임기택 IMO 명예사무총장 ‘정직한 중재자’ 역할 강조

임기택(사진) 유엔 국제해사기구(IMO) 명예사무총장이 한국의 해양계가 여전히 세계 움직임에 대해 “추종적인 자세와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고 질타하고 “해양 부문 공무원도, 학계도 능동적 시각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6일 한국해양대 국제해양문제연구소가 주최한 석학·전문가 초청 집담회에서 ‘북극항로 구축과 IMO’라는 주제로 발표한 뒤 토론회를 마무리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임 총장은 2016년 1월 한국인으로서 최초로 IMO 사무총장에 올라 연임하며 2023년 12월까지 8년간 해운 조선 부문 국제현안 대응을 조율하고 주도했다. 임기를 마친 그는 IMO 명예사무총장으로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는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한국이 추종하는 자세나 마음가짐을 유지하면서 해양 관련 새로운 국제규범을 만드는 것을 다른 나라에 의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임 총장은 한국의 종합 국력과 매력, 그리고 해양력을 자각하고 변화한 국제사회를 제대로 진단할 것을 주문했다. 지금까지 해양 관련 규범은 선박안전기준 환경기준 기후변화대응까지 90% 이상 영국 프랑스 등 유럽이 검토해서 제안하고, 기술적 정보제공은 일본이 했지만 그동안 한국의 해양력도 축적돼 왔다.

한국은 무역에 기반해 세계 10위권 경제로 성장하면서 해양분야에서도 조선 기술 세계 1위, 해운 선대규모 세계 4위에 경쟁력 있는 항만을 갖추고 있다.

임 총장은 “경제와 산업 역량에 더해 정부와 공공부문에서도 해양수산부 같은 해양부문을 통합한 독립부처를 갖고 해양분야 공공기관들을 독자적으로 가진 나라는 사실상 한국이 유일하고, 해양대에 국비를 전액 지원해 해기사를 양성하는 곳도 한국과 중국 뿐”이라며 “우리가 크게 부자나라도 아닌데 독자적인 해수부와 공공기관을 갖고 해운 조선 역량도 세계 정상급인데 해양부문에서 계속 다른 나라를 따라가는 추종자여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산업분야에서 일군 성취와 역량에 걸맞게 진취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북극항로 개척과 기후대응에서도 ‘정직한 중재자’(Honest Broker)로서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북극의 보전과 이용에 대한 국제사회 기준을 만들고 이해관계를 조정해 오던 북극이사회(북극연안 8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 영국 등 옵서버 국가들로 구성)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파행을 겪다 미국이 그린란드를 확보하겠다는 의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무력화되는 상황에서 미국 러시아 유럽 중국 등이 손을 잡으려 하는 한국이 새로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 총장은 “한국이 북극이사회에서 활동한 그간 실적을 바탕으로 정직한 중재자로서 기술·법적 국제 가이드라인을 촉진할 수 있다”며 “이 경우 (북극항로 개척과 기후대응 등에서) 북극이사회와 병행해 IMO를 통한 글로벌 의제로 검토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직한 중재자로서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자기 이익을 내세우는 것보다 국제사회 공동의 이익과 가치를 중시하는 태도와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인현 해양대 석좌교수 겸 고려대 명예교수는 이날 토론에서 9월 북극항로 시범운항을 준비하면서 △선박의 감항성(운항능력)을 갖추는 일 △화물과 선박의 확보 △운항 관련 법·보험 준비 △보조도선사와 에스코트 선박의 법적 지위 등을 점검할 것을 주문했다.

한편 해양대 국제해양문제연구소는 △북극해 해문(海文)과 인문(人文)의 관계 연구팀 △북극해를 둘러싼 국제적 긴장과 협력 거버넌스 연구팀 △북극항로와 항해 연구팀 △북극항로 연관산업 연구팀의 학제간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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