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제명 확정…되풀이된 탄핵, 되풀이되는 보수 분열

2026-01-29 13:00:03 게재

장 대표, 29일 최고위원회 열어 ‘한동훈 제명 징계안’ 의결

2017년 박근혜 탄핵 당시 찬탄파 탈당해서 바른정당 창당

2026년 윤석열 탄핵 뒤 찬탄-반탄 대립 끝 한 전 대표 제명

결국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제명됐다. 찬탄파(탄핵 찬성)가 당에서 쫓겨난 것이다. 2017년 박근혜 탄핵 당시에는 찬탄파와 반탄파(탄핵 반대)가 싸운 끝에 찬탄파가 당을 나가면서 보수는 분열됐다. 2026년 윤석열 탄핵을 놓고 보수는 다시 찬탄파와 반탄파로 갈라져 싸우고 있다. 이번에는 찬탄파가 당에서 밀려나면서 분열 위기를 맞고 있다. 보수 정치권이 ‘대통령 탄핵→찬탄파·반탄파 충돌→보수 분열’이란 역사를 되풀이할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당무복귀 첫 최고위 입장하는 장동혁 대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한동훈 입당 3년 만에 축출 = 국민의힘은 29일 오전 최고위원회를 열어 ‘한동훈 제명안’을 의결했다. 한 전 대표 징계는 당무감사위 ‘당원게시판 의혹’ 조사결과 송부(2025년 12월 30일)→윤리위, 제명 징계 결정(1월 13일)→재심 신청 기간→최고위, 제명안 의결(1월 29일) 순으로 이뤄졌다. 한 전 대표가 재심 신청을 하지 않고, 최고위가 이날 제명안을 의결하면서 징계는 최종 확정됐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발탁되면서 입당한 이후 3년 만에 당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됐다. 한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자신의 제명 의결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다.

주류 김민수 최고위원은 이날 한동훈 제명 의결에 앞선 최고위에서 한 전 대표의 당원게시판 의혹을 겨냥해 “장동혁 대표가 당시 똑같은 행위를 했다면 15개월을 끌 수 있었겠냐. 만약 오늘 (징계) 결정이 잘못 나온다면 앞으로 국민의힘은 이 행위에 대해선 죄를 묻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단일대오” “보수 분열” = 한 전 대표 제명 징계는 ‘보수 대통령 탄핵·보수 분열’의 역사와 맞물려 있다는 해석이다.

2016년 12월 박근혜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당시 집권여당 새누리당은 반탄파인 친박(박근혜)과 찬탄파인 비박으로 나뉘었다. 표결 결과 찬성표가 234표에 달했다. 새누리당에서 찬성표가 대거 쏟아진 것이다. 이듬해인 2017년 1월 찬탄파인 비박은 새누리당을 나가 바른정당을 창당했다. 보수 대통령 첫 탄핵이 분당이라는 보수 분열로 귀결된 것이다.

보수 대통령 탄핵이란 불행한 역사는 10년도 지나지 않아 되풀이됐다. 2024년 12월 윤석열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당시 여당 국민의힘은 당론으로 탄핵안에 반대했지만, 일부 이탈표가 나오면서 탄핵안은 찬성 204표로 가까스로 통과됐다. 국민의힘 이탈표는 10여표로 추정됐다. 보수 대통령 탄핵안이 두 번째로 가결되면서 찬탄파와 반탄파의 갈등은 또 다시 고조됐다. 반탄파는 친윤계(윤석열)가, 찬탄파는 친한계(한동훈)가 주축이었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서 반탄파 장동혁체제가 출범하면서 양측의 충돌이 거세지더니, 이번에 ‘한동훈 제명’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제명 이유는 ‘당원게시판 의혹’이지만, 배경에는 찬탄파와 반탄파 갈등 구도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친한계 우재준 최고위원은 29일 최고위 공개석상에서 “당무감사위에서 조작한 부분을 제외하면 징계 사유라고 할 건 별 게 없다. 한 전 대표를 징계하는 이유는 결국 탄핵 찬성에 대한 보복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보수진영이 대통령 탄핵과 보수 분열이란 역사를 되풀이할 조짐을 보이는 것을 놓고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해석이 엇갈린다.

장 대표측에서는 한 전 대표 제명을 통해 비로소 “보수 단일대오가 이뤄졌다”는 평가다. 장 대표는 지난해 8월 대표 당선 직후 “원내 107명이 하나로 뭉쳐가는 것이 최선이지만, 단일대오에 합류하지 못하는 분들과 당을 분열로 몰고 가는 분들에 대해선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친한계 축출을 통해 단일대오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던 것. 이번에 한 전 대표를 제명하면서 장 대표의 단일대오 구상이 반 년 만에 실현됐다는 주장이다.

친한계와 중도파에서는 한 전 대표 제명으로 인한 보수 분열 우려를 쏟아냈다. 최재형 전 의원은 지난 14일 SNS에 “힘을 모아 함께 나라를 바로 세우고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에 편협한 마음으로 서로를 비난하고 분열하는 것은 당원과 국민에 대한 범죄행위”라며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적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엄경용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