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서울시, 부동산 대책 두고 정면 충돌
정부, 수도권 6만호 공급 ‘1.29 대책 발표’ 서울시 “정비사업 지원이 우선” 즉시 반박
정부와 서울시가 부동산 대책을 두고 정면 충돌했다.
29일 정부는 수도권 6만 가구 공급을 포함한 1.29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서울 3만2000가구, 경기 2만8000가구, 인천 100가구 등 수도권에 6만 가구를 조속히 공급하겠다는 내용이 발표의 뼈대다. 단순 숫자가 아닌 인허가와 착공 물량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정부 발표 직후 자체 브리핑을 예고했다. 이날 오후 2시 서울시 입장을 담아 정부안에 대한 반박 및 주택공급과 관련한 서울시 구상을 발표하겠다는 것이다.
발표 내용이 사전에 알려지진 않았지만 서울시 브리핑의 핵심은 정부의 주택공급 방식을 정면 비판하는 내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서울에 용산국제업무지구에 1만호, 태릉골프장 6800호, 캠프킴 2500호 등 모두 3만2000호를 공급하겠다는 정부안은 서울시와 충돌이 예상된다. 시는 원활한 사업성 확보를 위해 주택 수를 적정규모로 유지해야 하며 6000호 이상은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정부는 1만호 주장을 꺾지 않았다. 태릉골프장은 문재인정부 당시에도 유력한 공급 부지로 꼽혔지만 노원구 도봉구 주민 반발에 부딪혔다. 도심에서 해당 지역으로 이동하는 길목에 태릉 부지가 위치해 안 그래도 심한 교통체증을 크게 심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와 서울시가 부지 말고도 크게 충돌하는 대목은 주택공급 방식에 대한 입장 차다. 정부는 도심 내 유휴부지를 최대한 개발해 공급 부지롤 삼겠다는 것인 반면 서울시는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활성화하는 것이 최선의 대책이라는 입장이다.
◆지방선거 앞두고 진영 대결 소재로 =
부동산업계에서는 정부와 서울시 충돌이 가져올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정부가 상급 기관이긴 하지만 예를 들어 서울시 유휴부지 개발의 경우 시와 협조가 선행되지 않으면 원활한 사업 추진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특히 용산에 1만호를 공급하려면 서울시는 그간 마련해온 국제업무지구 설계 계획 전반에 수정이 불가피하다. 시 안팎에서 “주택공급 물량 활보를 위해 전향적인 협력에 나서려 해도 계획 변경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집값 안정 측면에서 더욱 큰 문제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주택공급 대책이 정쟁 소재가 되는 것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6월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고 있는 여야 대립 최전선에 주택 문제가 놓이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며 “토허제 해제를 둔 찬반 논란까지 번질 경우 갈등이 심화되고 시장 안정은 멀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우려 때문에 정부와 서울시가 주택시장 안정 해법을 찾기 위해 진영을 뛰어 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상대가 수용하기 어려운 주장을 계속하고 상대방에게 책임을 돌리는 이른바 ‘면피성’ 행태를 반복해서는 집값 잡기에 실패할 것이란 지적이다.
공공정책 분야 한 전문가는 “정부는 용산 업무지구 주택공급 규모를 낮추고 서울시는 정비사업이 아니면 안된다는 고집을 꺾는 등 서로 입장을 유연하게 가져가야 한다”며 “어느쪽이든 기존 주장만 고수하며 협력을 도외시한다면 결국 집값을 잡을 의지는 없이 그 책임을 상대에게 뒤집어 씌우려는 세력으로 국민들의 비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