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자율주행차 보험료 할인 가능할까

2026-01-29 13:00:04 게재

미국 50% 낮춘 상품 출시

한국선 법·제도 정비 필요

보험연 “손해율 증가 우려”

미국의 온라인보험사인 레모네이드가 현지시간으로 26일 애리조나주에서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 Full Self Driving) 전용 자동차보험을 내놨다. 이 상품은 종전 보험료에 비해 주행거리(마일당)에 따라 약 50%를 할인한 제품이다.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자율주행차량의 보험료 인하를 기대하고 있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손해보험업계는 완전자율주행 차량 자동차보험 상품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손해율이 증가할 수 있다며 중장기적 전략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인간과 비교할 수 없어” = 샤이 위닝거 레모네이드 CEO는 지난 21일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절대 졸리지 않고 순간적으로 반응하는 자동차는 인간과 비교할 수 없다”며 “(테슬라의) FSD 소프트웨어가 더 안전해질 수록 보험료는 더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테슬라와 레모네이드는 테슬라가 판매한 차량의 각종 주행 정보를 레모네이드에 제공했다. 레모네이드는 운행과 사고 등 빅데이터를 축적했고, 이 데이터를 토대로 보험 상품을 만들었다. 일반 주행을 하면 평상시 보험료가 적용되지만 FSD모드로 전환한 뒤 주행하면 보험료가 할인되는 구조다. FSD 주행 데이터는 차량에서 테슬라로, 다시 보험사로 전달되면서 보험료가 책정되는 방식이다.

문제는 한국에 FSD 차량이 공식으로 판매되지 않고 있고, 보험요율을 정할 데이타가 없어 제대로 된 논의를 할 수 없는 구조다. 한국은 자동차보험의 운행, 사고 등 각종 자료를 보험개발원에 모아 분석하는데, 완전자율주행차량에 대한 운행허가가 나오지 않았으니 당연히 데이터는 0에 수렴한다. 각종 운행 데이타를 테슬라가 한국의 관련 기관이나 보험사에 제공할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각종 첨단장치를 탑재한 차량에 대해서는 보험료를 할인해주거나 특약 상품이 있다. FSD 등 자율주행이 고도화될수록 보험사가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손사래를 치고 있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테슬라 FSD 차량과 같은 자율주행차량이 늘어날 수 있다”며 “기술의 속도가 빨라 보험사도 관망할 수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FSD 차량에 대한 법·제도가 정비되지 않은 채 운행하다가 사고가 났을 때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한 자동차보험 심사 담당자는 “정식 수입되지 않았지만 FSD 운행이 가능한 차량이 이미 한국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기존 차량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으로 성능이 향상될 수 있어 FSD 운행은 남의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미FTA에 따라 미국 안전기준을 충족한 차량은 국내에서 별도의 형식 승인이나 검증 없이 연간 5만대까지 판매가 가능하다. 지난해 11월 국내 테슬라 판매량은 7632대로 2024년대보다 52%나 늘어났다.

보험사들은 단기적으로 FSD 차량과 같은 고도화된 자율주행차량에 대한 특약상품 개발, 장기적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늦어질수록 사고가 분쟁으로 이어지고 법원의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법·제도 공백기간 중에는 제조물책임법(PL법) 적용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준비 과정은 비용이다.

◆자배법 개정 솔솔 = 큰 틀에서 자동차보험의 근간이 되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자배법)의 개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자배법은 차량 운행시 운전자의 과실에 대한 책임을 정한 것인데, 인공지능, 즉 기계에 의한 사고의 책임을 누가 부담해야 할지부터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차량의 실질적인 통제권은 시스템에 있으나 법적 책임은 운전자에게 귀속되는 ‘책임의 괴리’가 대표적이다. 사람의 운전에만 규정된 법이라 인공지능으로 인한 사고, 차대차 사고인데 운전을 사람과 인공지능이 했다거나 인공지능간 사고에서 과실 비율을 논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김진억 보험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고도화된 자율주행차량이 늘어나면 단순 접촉사고 빈도를 낮출 수 있으나 운전자의 작동 미숙, 자동화 과신으로 고속 대형사고 위험이 증가하고, 고가 첨단징비의 사고 건당 손해액은 급증하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기존 보상 직원에 대해 교육을 강화하고, 고난도 사고를 전담하는 자율주행 특화 손해사정사 양성도 고려해야 한다”며 “기술적 분쟁으로 인해 조사와 자문 등 손해조사비가 폭증해 손해율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메리 바라 GM 회장이 과거에 ‘자율주행차가 늘어나더라도 비자율주행차가 도로에 있다면 사고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낸 적이 있다”며 “완전자율주행으로로 대표되는 혁신이 등장해도 사회가 따라가려면 많은 이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오승완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