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유통 괴물과 데이터 주권

2026-01-29 13:00:03 게재

쿠팡을 둘러싼 개인정보 유출 논란은 단순한 보안 사고를 넘어 한국 유통산업구조의 민낯을 드러냈다. ‘337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숫자는 그 자체로 충격적이지만 본질적인 질문은 따로 있다. 쿠팡은 어떻게 한국 유통시장을 사실상 장악한 존재가 됐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누가 무엇을 방치했는가.

쿠팡은 혁신 기업이기 이전에 제도의 산물이다. 2012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에 월 2회 의무휴업과 심야 영업제한을 강제했다. 전통시장보호와 노동자 휴식권 보장이 명분이었다. 문제는 이 규제가 오프라인 유통에만 적용됐다는 점이다. 온라인 유통은 예외였다. 쿠팡은 이 틈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마트가 문을 닫는 시간에도 주말과 휴일에도 쿠팡은 쉬지 않았다. 24시간 365일 운영은 쿠팡의 선택이 아니라 제도가 허용한 특권이었다.

그 결과는 숫자가 말해준다. 2024년 기준 쿠팡의 국내 유통 매출은 약 36조원이다. 이마트·롯데쇼핑·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의 합산 매출 약 25조원을 훌쩍 넘어선다. 온라인 유통 비중은 전체 유통 매출 52%까지 커졌고, 대형마트 비중은 10.5%로 쪼그라들었다. 그 사이 마트 노동자 약 1만명이 일터를 떠났다. 점포수 감소보다 고용감소 속도가 더 빨랐다. 쿠팡 성장은 시장 선택이자 동시에 정치의 선택이었다. 국회는 규제를 만들었고, 정부는 이를 13년 넘게 연장했다. 그 사이 쿠팡은 로켓배송과 물류 투자를 앞세워 독점적 지위를 굳혔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쿠팡은 사실상 전 국민 소비·생활 데이터를 보유한 플랫폼이다. 무엇을 사고 언제 주문하고 어디로 배송되는지까지 모두 데이터로 축적된다. 하지만 쿠팡은 미국 기업이다. 본사는 미국에 있고, 상장은 뉴욕에 돼 있으며, 지배 구조도 미국 중심이다.

데이터가 곧 안보인 시대에 대한민국 국민의 민감한 생활 데이터가 외국 자본 통제 아래 놓여 있다는 사실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일본의 라인 사태, 미국의 틱톡 강제 매각 논란이 이를 증명한다.

데이터 주권은 이제 경제 문제가 아니라 국가 문제다. 이 지점에서 거친 주장처럼 들릴지라도 쿠팡이 한국 정부와 경영권 일부를 공유해야 한다는 논의는 공론의 장에 올라올 수밖에 없다. 최소한 데이터 관리와 관련된 거버넌스에는 한국 사회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국민 개인정보를 기반으로 성장한 플랫폼이라면 그 책임 역시 한국 사회와 나눠야 한다.

쿠팡은 혁신의 상징이었고 지금도 편리함의 대명사다. 그러나 혁신은 면책특권이 아니다. 신뢰를 잃은 플랫폼은 언제든 규제 대상이 된다. 신뢰 없는 편리함은 오래가지 못한다. 데이터 주권을 지키지 못하는 성장 역시 마찬가지다.

정석용 산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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