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전 칼럼

한국 주식시장 정상화의 길로 가나

2026-01-29 13:00:03 게재

한국 주식시장의 주가지수가 코스피 5000, 코스닥 1000을 찍었다. 6000과 2000을 향하고 있다. 꿈의 지수다. 이 같은 지수가 제시될 때마다 ‘의심’이 앞선다. 5000에 도달한 지금도 반응은 별반 다르지 않다. 사회 전반에 깔린 인식, “주식은 믿을 수 없고, 결국 부동산만 남는다”는 집단적 학습의 결과다. 코스피 6000과 코스닥 2000, 이 수치는 낙관적 상상이 아니다. 한국경제의 펀더멘털과 제도 변화가 정상적으로 반영될 경우 시간문제다. 지금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지금까지는 왜 불가능해 보였고, 지금은 왜 가능해지고 있는가’이다.

한국 증시 저평가는 ‘지정학적 리스크’, ‘북한 변수’, ‘대외 의존 경제’ 같은 외생 변수로 설명해 왔다.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설득력을 잃었다. 한국 기업이 질적 양적으로 달라졌다. 글로벌 매출 비중과 제조업의 기술 경쟁력이 주요 선진국보다 높은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과 주식시장 저평가의 중요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근본적인 이유는 한국경제와 주식시장 내부의 구조적 요인들이 결합되어 나타난 결과물이다.

주식시장 코리아디스카운트 오명 벗어

첫째, 주주자본주의의 미성숙이다. 한국 기업은 이익을 창출하지만, 그 이익이 주주에게 귀속된다는 인식이 약하다. 낮은 배당 성향, 소각 없는 자사주 매입 등 주주 환원 정책이 취약하다. 그 결과 ‘이익은 나지만 주가는 오르지 않는 시장’을 만들었다. 이는 이익의 독점을 넘어 자본에 대한 철학의 부재를 의미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예일대 로버트 실러 교수가 그 핵심을 짚었다. “자본은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라 교육, 환경, 복지 등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한다”.

둘째, 기업의 지배구조 리스크다. 순환출자, 지배주주 중심의 합병·분할,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의 가치 이전(알짜기업 빼돌리기)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 주식시장 전체의 시스템 리스크로 작동했다. 국내 투자자는 물론 해외 투자자 입장에서도 한국 주식시장을 신뢰할 수 없게 만들었다. “한국 주식은 실적이 좋아도 언제든 구조적 손실을 볼 수 있는 위험 자산”으로 평가한 것이다.

셋째, 일관성없는 제도와 정치화된 규제 환경이다. 공매도, 세제, 주식상장, 이익 배당이 시장 논리가 아닌 정치와 여론에 지배되어 흔들렸다. 기업이나 경제단체의 로비에 따라 정책이 변하고 법이 바뀌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제도주의 경제학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더글러스 노스교수는 비공식 규칙이 공식 제도를 잠식한 시장의 모습을 지적했다. “제도는 그 구조가 어떻게 진화하느냐에 따라 경제의 성장과 쇠퇴, 정체가 결정된다.” 했다.

이재명정부는 그 같은 구속을 풀어낼 수 있을까? 그동안 한국경제에 고착화된 부동산 주식 등 자본의 틀을 바꾸려 한다. 단순히 주식 친화적 정책이 아니다. 그 핵심은 자본시장을 국가 성장 전략의 중심으로 재정립시키고 있다. 그동안 한국의 경제 정책은 산업과 부동산 정책에 집중되어 있었다. 자본시장은 부수적 영역으로 취급되었다.

그 정책을 바로잡으려는 방향이 명료하다. 그 하나는 주식시장을 국민 자산 형성의 주요 통로이자 기업의 건강한 자금 조달 인프라로 기능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부동산에 집중된 국가정책의 불균형을 완화하는 구조 개혁적 정책집행이다.

이는 케인스 경제이론의 핵심인 정부 주도의 단기 경기 부양과는 다르다. 소액주주 권리 강화, 지배구조 개선, 자본시장 불공정 행위 등을 강력히 대응하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기업의 부담으로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한국 주식시장의 신뢰 자산을 끌어올리게 된다.

한국 주식시장은 과거와 질적으로 다르다. 첫째, 산업 구조가 바뀌었다. 반도체, 이차전지, AI, 방산, 조선, 원자력 산업은 글로벌 가치사슬의 중심에 있다. 단순한 수출 산업이 아니라, 경쟁력과 장기 성장성에서 선두위치다.

둘째, 투자 주체가 변화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가 단기 투기 세력이 아니라, 연금·ETF 등 장기적인 자산 형성의 주체로 자리매김 중이다.셋째, 정책 방향이 일관성을 갖기 시작했다. 자본시장 개혁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구조 개편으로 인식되어 정상적인 평가를 받게 해 준다.

부동산에 집중된 자산과 정책 불균형 해소

현재 한국인의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비정상적이다. 경제적 합리성의 선택보다는 대안의 부재가 만든 결과다. 주식시장에 대한 불신이 부동산을 선택하게 만들었다. 주식시장이 정상화되면 부동산에 투자된 자산은 주식으로 이동하게 된다.

주식시장을 살리면서 부동산의 과열을 막을 수 있다. 코스피 6000, 코스닥 2000은 목표가 아니다. 그것은 오래된 저평가 구조를 벗어났을 때 통과하는 하나의 지점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시장을 지탱하는 제도와 신뢰다. 한국 자본시장이 정상화의 문턱을 넘고 있다. 그 성공이 기대된다.

칼럼니스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