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글로벌 금융시장이 연준 편에 선 이유

2026-01-29 13:00:03 게재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이 22일 수정 발표한 지난해 3분기 성장률은 4.4%다. 예상치인 4.3%와 직전 분기의 3.8%보다 약간 높은 수치다. 애틀랜타 연방은행에서 같은 날 발표한 4분기 GDP 성장률도 5.4%다. 한마디로 미국경제 성장세가 예상보다 좋다는 의미다. 미연방준비제도(Fed)의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3%다.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 2%,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1.7%보다 높다.

연준은 장기 잠재성장률 구간을 1.7%에서 2.5%로 설정한 상태다. 연준으로서는 당장 금리를 인하해야 할 부담이 없는 셈이다. 연준이 중시하는 인플레이션도 안정세다.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2% 상승한 2.8% 수준이다.

다만 미국 실업률은 4.4%로 불안하다. 연준의 장기 실업률 중간값인 4.2%를 웃돌기 때문이다. 물론 장기 잠재실업률 구간인 3.8%–4.5%를 벗어나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6월 실업률이 4.1%였던 점을 고려하면 고용상황 악화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연준이 트럼프 경기부양 압박 물리친 근거는 고용 물가 등 데이터

연준이 고용을 우선한다면 지난 11월 실업률(4.6%)을 근거로 한차례 정도 금리를 인하할 여지가 있다. 반대로 물가를 중시한다면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 PCE 물가가 2.7~2.8% 수준이기 때문이다. 연준이 그동안 트럼프 미 대통령의 경기부양 압박을 뿌리칠 수 있었던 근거다. 향후 물가에 영향을 미칠 요인은 에너지와 식품 가격이다.

미국에너지관리청(EIA) 예측자료를 보면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55달러다. 지난해 말 전망치 61달러보다 10% 정도 하락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글로벌 식품 가격 지수는 125.1로 1년 전의 127.3보다 낮아졌다. 세계은행도 올해 식품 가격이 전년과 비슷하거나 약간 하락할 것으로 예상 중이다.

연준이 주목하는 물가 변수는 부의 효과다. 연준 자료를 보면 미국 가계의 금융 순 자산은 176조3000억달러다. 2024년 말 170조9000억달러보다 5조3000억달러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 19 팬데믹 극복 과정에서 늘어난 자산만 31조4000억 달러 규모다

미국 가계자산을 늘려준 게 바로 증시다. 지난해 나스닥과 S&P500지수는 각각 20%와 16%씩 올랐고 다우지수 상승률도 13%다. 나스닥 S&P500 다우의 주가수익비율은 각각 41.35배와 29.18배, 30.64배다. 미국 주식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 92조1000억 달러 규모다. 2022년 말 52조7000억달러에서 3년 만에 40조달러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미국 가계 순 자산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81조6300억 달러다. 2024년 말에 비하면 12조2000억달러 증가한 수치다.

미국경제의 최근 성장세도 알고 보면 자산 효과 영향에 따른 것이다. 자산 가격 상승이 투자와 소비를 촉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 효과는 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파월 연준 의장의 임기 내에 기준 금리를 추가 인하 여부도 주식 시장 움직임에 달린 셈이다.

기술주에 대한 거품이 일정 정도 소멸하고 투자와 소비심리가 침체하면 연준은 예상을 뛰어넘는 큰 폭의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 관세정책 불확실성도 물가에 변수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미국의 유효관세율은 18.8%다. 2024년 말의 2.7%과 비교하면 16.1%p 높아진 것이다. 하지만 올해 평균 관세율이 어떻게 변할지 오리무중이다.

종합하면 올해 에너지와 식품 가격으로 인한 물가충격은 미미할 전망이다. 고평가 상태인 미 증시나 부동산가격으로 봐서 가계자산이 더 늘어나기도 힘든 구조다. 경제학자 지식포털(EUI) 데이터를 보면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나 글로벌 심리지수 모두 높다. 한마디로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하는 기술혁신이 가속화 할 수 있는 신호다. 이는 글로벌 경제구조 전환에도 레버리지 역할을 할 수 있다.

한은도 미 연준처럼 데이터 기반 통화정책 필요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 인하를 압박 중이다. 연준 의장 후보를 보면 트럼프 충성파도 있고 연준 독립파도 있다. 물론 이들 사이에 균형을 잡을 후보도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새 연준 후보 인선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누가 되든 투자심리를 현저히 위축시키지 않는다면 인플레이션 추이는 완만해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경제가 잠재성장률 이상으로 성장한다면 물가를 자극해 금리정책을 변경할 이유가 없어진다. 물론 기술주 거품 붕괴의 경우는 다르다. 투자와 소비가 위축되면 연준은 금리를 큰 폭으로 내릴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도 연준처럼 데이터에 기반한 통화정책이 필요하다. 그래야 글로벌 투자자금을 한국에 유치할 수 있다.

현문학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