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SK증권 논란 들여다본다
비상장 주식 담보 대출 놓고 사실관계 확인 착수…“위법 정황 땐 검사 전환”
비상장 주식을 담보로 한 대규모 대출을 둘러싸고 회수 가능성 논란이 확산되자 금융당국이 사실관계 확인에 착수했다. SK증권은 “절차와 담보 모두 적법했다”며 해명에 나섰지만, 금융감독원이 거래 전반을 점검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번 사안은 회사 해명 국면을 넘어 감독 판단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28일 금감원 관계자는 “SK증권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 중에 있다”며 “대출 경위와 의사결정 구조 등 거래 전반에 대한 점검을 벌이고 있으며, 위법 정황이 드러날 경우 언제든 검사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측 “정상적인 금융투자업 업무” 주장 = SK증권은 무궁화신탁 관련 비상장 주식 담보 대출이 법규와 내규를 준수한 정상적인 금융투자업 업무였다고 27일 밝혔다. 비상장 주식 담보 대출은 2016년 금융당국 허용 이후 취급돼 온 업무로, 법무 검토를 거쳐 내규를 정비하고 리스크관리집행위원회 의결을 통해 승인했다는 설명이다.
대출 당시 차주의 재무 상태와 외부 평가를 근거로 집행했으며 담보 비율도 충분히 확보했고, 계약서에는 기한이익상실(EOD) 선언과 담보권 행사 조항을 포함했다고 덧붙였다. 불완전판매에 해당할 만한 사유는 없었다는 입장도 밝혔다.
회사측 설명에 따르면 대출 실행 당시 무궁화신탁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영업용순자본비율(NCR) 등 주요 재무 지표가 양호했다. 2019년 실행된 1차 대출은 2개월 만에 전액 조기 상환됐고, 2021년 2차 대출 당시 무궁화신탁은 영업이익 232억원, 당기순이익 307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에는 매출액 1486억원, 당기순이익 374억원, NCR 473%로 금융당국 권고치를 웃돌았다는 설명이다.
◆금융계 “담보 유동성과 처분 가능성이 핵심” = 그러나 금융계 안팎에서는 이는 차주의 신용 상태에 대한 설명일 뿐, 담보 자산의 성격과는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상장 주식을 담보로 한 대출의 핵심 위험은 차주의 재무 상태가 아니라 담보의 유동성과 처분 가능성에 있다는 것이다. 차주가 우량하더라도 비상장 주식은 거래 시장이 없어 가격이 실시간으로 형성되지 않고, EOD가 발생하더라도 담보를 신속히 처분해 현금화하기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EOD은 차주가 계약 조건을 위반할 경우 금융회사가 대출금 전액을 즉시 상환 요구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SK증권은 NCR 하락이나 담보 지분율 변동 시 EOD를 선언하고 담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계약에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비상장 주식을 담보로 한 대출에서는 EOD가 선언되더라도 회수로 이어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담보 가치 산정과 관련해 SK증권은 외부 회계법인과 평가기관을 통해 기업가치를 산정했고, 평가액 대비 담보 비율도 160~205% 수준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높은 담보 비율이 곧바로 회수 가능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다. 비상장 주식 평가는 가정값과 할인율에 따라 편차가 크고, 평가액과 실제 매각 가능성 사이에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내부 의사결정 구조도 논란 = 이 과정에서 SK증권이 강조한 ‘절차적 적법성’의 의미도 점검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리스크관리집행위원회 의결을 거쳤다는 점은 내부 규정상 정해진 절차에 해당하지만 단일 차주·단일 담보 구조에 대규모 익스포저가 집중된 거래를 예외적 고위험 거래로 인식했는지, 나아가 이사회 차원의 판단 사안이었는지는 감독 판단의 핵심 쟁점으로 거론된다.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의 이번 점검이 개별 거래의 적법성 여부를 넘어, 비상장 주식 담보 대출 전반의 리스크 관리 기준과 내부 의사결정 구조를 들여다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점검 결과에 따라 검사 전환 여부와 후속 조치가 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대출 실행 당시의 프로세스만 놓고 보면 절차적 정당성은 확보된 거래로 볼 수 있다”면서도 “차주의 재무상태와 담보 비율만으로 비상장 주식 담보 대출의 위험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이를 어디까지 감내할 수 있는 리스크로 볼 것인지는 감독당국 판단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은 금융당국이 공식 점검에 착수했다는 점에서 향후 판단의 무게가 회사 해명에서 감독 결과로 옮겨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장세풍·이경기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