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미결수용자 변호인 접견 금지 ‘위헌’

2026-01-30 10:01:48 게재

헌재,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

“변호인 조력받을 권리 침해”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하려는 미결수용자에 대해 ‘주말 및 야간’이라는 이유로 변호인 접견을 거부한 교도소의 행위는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소장 김상환)는 29일 박모 전 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이 제주교도소장을 상대로 “체포 당일 변호인 접견을 불허한 조치는 위헌임을 확인해 달라”며 낸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재판관 9인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했다.

박씨는 2023년 2월 18일(토요일) 오전 8시 30분경 국가보안법 위반(이른바 ‘제주 ㅎㄱㅎ 간첩단’ 조직) 혐의로 체포됐다. 국가정보원 제주지부에 인치됐다가 오후 3시 30분경 제주교도소에 구금됐다. 앞서 변호사 B씨는 1월 16일 변호인으로 선임됐다. 박씨가 구금된 날 저녁 6시 30분경 체포적부심사 준비를 위해 접견을 신청했다.

제주교도소장은 신청을 불허했다. △공무원 복무 규정상 근무 시간이 아니고 △사전 예약도 없었으며 △체포적부심사가 휴일에 이뤄지는 경우 수용자를 미리 법원에 출석시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박씨는 해당 불허 결정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不行使)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다른 법률에 구제 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에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박씨가 헌법소원을 청구한 제주교도소장의 행위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한다는 것이 헌재의 설명이다.

이 사건 쟁점은 토요일 야간이라는 이유로 주말에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하려는 미결수용자의 변호인 접견을 불허한 것이 미결수용자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지다.

헌재는 제주교도소장의 박씨 변호인 접견 불허 행위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헌법에선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당한 때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한다”며 “체포 직후 신속하게 변호인을 접견하는 건 비단 체포적부심사 청구뿐 아니라 수사 초기 대응 및 방어권 행사를 위해서도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적은 인원으로 다수 수용자를 관리하는 사정으로 변호인 접견을 불허했단 제주교도소장의 주장에 대해선 “제주교도소장이 박씨의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 변호인 접견을 실시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주말 야간이더라도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가 더 중하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변호인 접견을 불허함으로써 달성할 수 있는 공무원의 휴식 및 교정시설의 안전과 질서란 공익에 비해 제한되는 사익이 크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변호인 접견을 불허한 행위는 과잉금지 원칙에 반해 박씨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헌재는 “심판대상행위가 이미 종료됐으나, 동일하거나 유사한 기본권 침해의 반복을 방지하기 위해 선언적 의미에서 위헌확인을 한다”고 밝혔다.

한편 박 전 위원장은 ‘제주 ㅎㄱㅎ 간첩단’ 사건으로 지난 2023년 4월 구속 기소됐고, 그 해 9월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에서 현재까지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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