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AI 로봇 전쟁, ‘M.AX’로 승부하라

2026-01-30 13:00:05 게재

2026년 CES 개막식,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12대의 휴머노이드와 함께 등장하며 ‘AI 로봇’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을 선포했다. 특히, 우리의 눈을 사로잡은 점은 이 로봇 군단 속에 국내 스타트업, ㈜에이로봇이 개발한 ‘앨리스(ALICE)’가 당당히 자리를 잡았다는 것이다.

한국 로봇 기술이 글로벌 무대에서 최정상급 가치를 인정받았음을 시사하는 자랑스러운 장면이다. 그러나 환호에 머물 여유는 없다. 미·중 주도의 거대 자본과 지능화 속도전 속에서 에이로봇의 선전은 오히려 ‘절박한 추격자’로서의 운명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로봇 단순한 전시물 넘어 산업 현장의 ‘실전 병기’로 진화

이번 CES는 로봇이 단순한 전시물을 넘어 산업 현장의 ‘실전 병기’로 진화했음을 입증했다. 중국은 압도적인 양산 능력과 가격 경쟁력으로 로봇 범용화를 주도하고 있으며, 미국은 생성형 AI를 이식한 고성능 로봇으로 기술 초격차를 확대하고 있다.

이는 30년 전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이 저서 ‘노동의 종말(The End of Work)’에서 예견했던 단순 육체노동의 소멸을 훌쩍 뛰어넘는 현상을 예고하고 있다. 인간의 판단력과 인지 능력을 학습한 인공지능 로봇이 제조와 서비스업의 근간을 다시 정의하는 ‘노동의 재편’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스탠포드대 에릭 브린욜프슨 교수는 저서 ‘기계와의 경쟁(Race Against the Machine)’에서 기술에 밀려 일자리를 잃는 적대적 경쟁을 경계했다. 대신 AI 로봇을 인간 역량의 증폭제로 삼아 ‘기계와 함께하는 경주(Race With the Machine)’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한국의 지향점도 명확하다. 단순한 기계적 속도전을 넘어 지능형 엔진을 제조 현장에 완벽히 이식해야 한다. 이를 통해 산업 생태계 전반의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높이는 국가 전략이 절실하다. 담론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실행의 시간이다.

​첫째, ‘한국형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을 구축해야 한다. 로봇 지능의 성패는 고품질 데이터의 축적 속도에 달려 있다. 미·중의 소프트웨어 플랫폼 독점에 대응하려면 ‘M.AX(Manufacturing AX) 얼라이언스’를 중심으로 전략적 데이터 연합을 형성해야 한다. 주요 산업별 수요 기업의 현장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공공 자산화함으로써, 글로벌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는 독자적인 ‘지능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하드웨어 공세에 대응할 ‘K-로봇 파운드리’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중국의 물량 공세를 이겨낼 해법은 하드웨어의 모듈화와 생산의 규모화에 있다. 로봇 핵심 부품의 표준을 선점하고, 업계 공동 생산 기지인 로봇 파운드리를 통해 얼라이언스의 결속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제조 원가를 획기적으로 낮추고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는 범국가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로봇 실무 혁신 특구’를 전방위로 확산해야 한다. 실험실의 알고리즘은 거친 산업 현장을 완벽히 대체할 수 없다. AI 로봇 역시 조선소, 반도체 라인, 의료 현장 등 산업의 심장부에서 실전 학습 기회를 얻어야 한다. 규제 샌드박스를 넘어 실제 현장에서 로봇이 수익을 창출하고 생산성을 혁신하는 성공 모델을 입증할 때, 대한민국은 글로벌 로봇 표준의 설계자로 거듭날 것이다.

AI 로봇은 대한민국 제조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전략 자산

AI 로봇은 미래의 상상이 아닌 대한민국 제조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전략 자산이다. 젠슨 황의 무대에서 확인한 가능성을 국가적 성과로 연결하는 일은 이제 우리의 몫이다. 'M.AX 얼라이언스'를 중심으로 민관의 역량을 결집해 데이터, 제조, 규제라는 세 가지 병목을 돌파한다면, 대한민국은 AI 대전환 시대의 주역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전윤종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원장